정리해고에 대한 내외시각이 조정되고 있다. 金大中(김대중)대통령당선자는 방한중인 미국 재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임금동결이나 삭감만으로 기업의 부도를 막을 수 없을 때는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정리해고제의 원칙적 수용입장을 밝혔다. 정리해고제 도입 등 노동시장 유연화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국제통화기금(IMF)요구에 접근한 견해조정이다.
지난봄 개정한 노동법은 정리해고제 도입을 2년 뒤로 유예했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중대한 경영구조개편이 필요할 때는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점을 들어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정리해고문제를 사법판단에 맡기려는 입장이었다. 이에 반해 IMF는 발빠른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무리한 감원억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외환위기가 부른 IMF시대, 국가경제의 초긴축운영과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쓰러지느냐 살아남느냐의 절박한 고비를 맞고 있다. 기업이 살아남는 일은 국가경제의 회생력 확보를 위해서나 고용기반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따라서 노동법의 정리해고 2년유예조항과 관계없이 감원이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실질적인 정리해고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조정 또는 인수합병을통해회생이가능한 기업이 해고의 적법성 문제로 시간을 끌다 도산해버리면 결과적으로 모든 종업원이 실직하는 최악의 사태가 온다. 정리해고제는 명분보다 현실논리로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감원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은 물론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작업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는 데 협력하는 일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버틸 수 없는 경우 정리해고는 불가피해진다. 기업인수합병의 경우 인수기업의 고용승계의무도 걸림돌이다. 파견근로제와 연봉제 등 탄력적인 고용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노 사 정 모두 생각을 바꾸고 협력할 때가 오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함께 실업급여 확대나 재취업 알선 등 실직자 지원대책은 물론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고용보험 실업급여 범위와 수혜자격 확대나 실직자 자녀의 학자금융자 등 지원을 넓혀야 한다.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제도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정리해고제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