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민병욱/기권은 죄악이다

  • 입력 1997년 12월 15일 19시 57분


주말이면 우리는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을 맞는다. 당선자 본인에겐 크나큰 영광이요, 4천5백만 국민에겐 새 희망의 출발선이 돼야할 이번 대선은 그러나 대시련(大試鍊)이 예고된 경제혹한 속에 치러진다. 무엇이 오늘의 한국을 이 지경에 빠뜨렸는지, 누가 우리의 나라와 일터 가정을 이처럼 춥고 어두운 수렁에 밀어넣었는지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하다. ▼위기극복 전환점 大選▼ 솔직히 누가 대통령이 된들 지금의 이 엄청난 경제대란 파고(波高)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둔한 생각으로는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소. 내 능력으로는 불감당이오』라며 후보직을 던질 법도 한데 2이 1김을 포함한 후보들은 오히려 반대다. 오로지 자기만이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소리친다. 꼭 5년전인 92년 이맘때 당시 집권 민자당의 대통령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씨는 참으로 희망찬 선거구호를 내걸었다. 「김영삼의 개혁, 경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란 선거광고에서 그는 자신을 찍어야만 「우리 경제를 살린다」고 외쳤다. 그 5년후 김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에게 손을 벌리며 『한국 경제를 살려달라』고 했다. 무능한 리더십이 나라를 망쳤다고, 대통령을 잘못 뽑아 경제를 이 꼴로 만들었다고 한탄만 하기엔 슬픈 삽화(揷話)다. 그렇다고 우리는 오늘 깨어진 환상의 꼬리를 붙잡고 한숨만 내쉬어야 하는가.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던 대통령을 내손으로 뽑았던 자탄 속에 저린 손가락을 주무르고 있어야만 하는가. 결단코 아니다. 이제는 시련을 기회로 바꿔야 할 때다. 선거는 그것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의 주인은 단언컨대 후보가 아니고 유권자, 국민이다.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새 리더십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새 당선자는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도 IMF를 포함한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경제외교를 통해 한국을 살려내야 할 책무를 지녔다. 어쩌면 당선직후 당장 사절단을 이끌고 나가 「침몰직전 한국호」의 구출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다수 국민의 지지는 절대 필요하다. 선거의 주인들이 외면하는 선거에서 당선한 대통령이라면 흔들림없이 한국의 경제난국을 극복해 나갈 새로운 리더십이란 믿음을 국제사회에서도 얻지 못한다. 18일 목요일 우리 모두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주인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표의 분산이 온다 한들 국민 모두가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한 뜻으로 투표장에 나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저력과 의지를 만방에 알려 신뢰를 회복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문제가 없다. 정직하고 깨끗한 한표 한표가 모여 새 리더십을 창출하는 나라를 업신여길 외국은 없다. ▼새 리더십 힘 모아줘야▼ 이제 가족에게 그리고 이웃에게 말하자. 『기권은 죄악이다』고. 다함께 힘모아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야할 때 「나는 모르겠다」 「관심도 없다」며 뒤로 빠지는 행태는 목에 걸린 올가미를 더욱 옥죄게 하는 결과만 불러온다. 무엇보다 오늘의 시련이 참을 수 없이 아프다 해서 내일 우리 후손에게 드리울 게 뻔한 그늘을 치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훗날 그런 직무유기에 대한 추궁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민병욱(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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