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난극복에 힘 모을때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3당 대통령후보가 어제 청와대에 모여 당면한 경제난국 극복 방안을 논의한 것은 정치권이 모처럼 정파를 떠나 국난(國難)에 합심해서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했다. 임기말의 현직 대통령과 대선에 골몰하던 3당 후보가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새롭게 대응자세를 가다듬은 것은 고무적이다. 지금 나라를 부도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는 외환 금융위기는 현정부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이후에도 외환 금융사정은 조금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경색되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은 4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결과를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 차기 당선자가 IMF와의 합의사항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주시하면서 추가지원을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이번 청와대회동에서 대통령과 3당 후보가 IMF와의 합의사항을 준수하여 우리나라의 국제적 신인도를 높이기로 합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로써 그동안 정치권의 논란거리였던 IMF합의 재협상문제가 일단락되고 외국의 불필요한 의구심을떨어낼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다면 다행일것이다. 물론IMF 합의사항은 상황에따라추가 검토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금 시점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부실 종금사를 추가로 업무정지시키고 금융시장을 조기개방하는 등 과감한 금융구조 개편의지를 보였다. IMF뿐 아니라 아시아개발은행 등과의 협의를 통해 일부 자금의 조기지원 약속도 이끌어냈다. 그런데도 외환 금융시장이 여전히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전반적으로 우리 정치의 리더십에 대한 외국의 불신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 점을 직시하고 청와대회동을 계기로 경제회생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노력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선 3당 후보들은 당장 저질 흑색선전이나 인신공격을 거둬들이고 투표일까지 남은 며칠간이라도 경제를 살리는 비전을 내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생산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가뜩이나 나라 사정이 어지러운 판국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부터 잡고 보겠다는 식의 자세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알맞다. 어떤 후보가 됐든 나라가 부도위기에 빠진 근원을 보지 않고 이를 단순히 표를 모으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유권자는 외면할 것이다. 금주말 대통령선거가 끝나는대로 새 대통령 당선자는 김대통령과 적극 협의해 국가비상사태를 수습할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새로운 리더십의 확립에 나서기 바란다. 권력의 공백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김대통령도 국난 극복을 위해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몰아주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국민도 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할 때다. 나라의 경제주체들이 다 함께 자기 이익을 조금씩 희생하고 국가공동체를 먼저 살리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장롱 속에 감춰둔 달러라도 내놓고 사재기를 자제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가 망하고 나면 국민인들 설 자리가 있을 리 없다. 지금은 이 절박한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