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고PC 전문유통업체 「CC마트」이병승사장

  • 입력 1997년 12월 5일 20시 23분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외압 태풍으로 구조개편에 나서게 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는 중소기업인들이 많다. 중고컴퓨터 전문 유통업체 CC마트를 이끌면서 「불황이 더 좋다」며 승승장구하는 이병승(李秉丞·32)사장이 바로 그런 중소기업인 중의 한명이다. 그는 중소기업을 하면서 제품의 품질이 문제가 아니라 「연줄」과 「접대」가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는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을까. 92년 어느 겨울 밤 이사장은 아들 이름으로 3억원짜리 보험을 들어 놓고 차를 몰고 성수대교를 건너던 중 오른쪽으로 핸들을 급히 꺾었다. 다행히 뒷바퀴가 가드레일에 걸려 자동차는 강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90년 대학을 졸업하고 보험회사에서 2년간 근무한 이사장은 후배 2명과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차렸지만 현실은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제품의 품질은 뒤편이고 「연줄」 없이는 장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접대가 이루어지고 하루 저녁 술값이 4백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다. 창업 2년만에 3억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가슴에는 한이 맺혔다. 사고를 낸 그날, 강남에서 접대를 마치고 만취상태로 집으로 향하던 이사장은 차와 함께 한강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그는 일본 컴퓨터 잡지에서 힌트를 얻어 친구에게 낸 빚으로 94년 지금의 CC마트를 차렸다. 이사장은 예전의 기업운영 방식에서 완전히 탈바꿈해 현금 위주의 거래로 바꾸었다. 이후 승승장구, 창업 4년만에 종업원 28명에 매출액 1백30억원 순이익 26억원의 알짜회사로 키워냈다. 요즘에는 경기불황 덕에 소비자들이 값싼 중고컴퓨터를 많이 찾고 있어 평소보다 매출이 두배 이상 늘었다. 내년 목표는 매출액 2백50억원. 사업은 계속 크고 있지만 이사장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이번 위기가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뜯어고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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