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축제]춤추며 놀고 돈도 모으고…

  • 입력 1997년 12월 1일 08시 11분


포르투갈 리스본의 카메오 공립고등학교 학생회는 지난 봄 교내 체육관에서 대규모 댄스파티를 열었다.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밴드까지 초빙해 디스코텍의 분위기를 냈다.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초청해 밤늦게까지 최근 유행하는 팝송에 맞춰 춤을 추며 즐겁게 보냈다. 학생회에서 이 행사를 기획한 이유는 여름방학중 학생들의 테마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 부모들의 비용부담을 되도록 덜어주자는 의도였다. 학생회측은 파티장 입장료수입과 음료수 간식 등을 팔아 남긴 이익금으로 여행경비의 절반 가량을 조달했다. 학생들은 이 돈으로 북부지역을 여행하며 카누타기 자전거트레킹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전교생의 직접선거로 구성되는 이 학교 학생회는 학교측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치적으로 모든 교내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회는 댄스파티 같은 행사를 일년에 서너번 이상 열어 학생회 활동비에서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이르기까지 자체조달하고 있다. 학생회장 누노 곤살베스(18)는 『지난봄 수학여행과 졸업여행을 갈 때도 학생회 주관의 축제를 통해 경비 일부를 마련했다』며 『여기에 졸업후 학생들이 취업하게 될 기업체 등에서 보내온 후원금을 보태 부모님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리스본의 발사시나 사립학교도 4월 부활절 방학때 졸업여행과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이 학교 학생들도 개교기념일 축제때 발레 등 각종 공연티켓과 음료 다과를 팔아 마련한 돈을 여행경비의 일부로 사용했다. 여행지와 활동계획은 토론과 투표를 통해 전적으로 학생들 스스로 결정했다. 참가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의견도 존중해 여행기간을 방학때로 정했다. 11학년은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오페라 「카르멘」과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인 스페인 남부 세비야로, 다른 한 팀은 영국 런던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세비야를 여행한 학생들은 이 지역 고교를 방문해 친선배구시합을 가졌으며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과 런던의 성 바울 성당 다음가는 규모로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성당인 세비야 대성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졸업반인 12학년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포르투갈 남부에 있는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에서 마음껏 쉬다 돌아왔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클라렛 공립학교 학생들도 학교행사를 통해 기금을 마련,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을 중심으로 구성한 「하이레」(그리스어로 「기쁨」이라는 뜻)는 마드리드에서 유명한 봉사단체다. 개교기념 축제로 해마다 5월에 사흘간 열리는 「성 이시드로 축제」때는 졸업생과 학부모들을 초청, 각종 공연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또 축제기간에 음료수나 간식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판매하기도 했으며 헌 옷이나 중고 자전거 인형 책 등을 모아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이학교11학년호세(17)는 『발이 커져서 맞지 않는 롤러스케이트를 벼룩시장에서 6백페세타(약 4천원)에 팔아 봉사기금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올해 각종 행사를 통해 이 학교 학생들이 벌어들인 돈은 약 3백만페세타(약 2천만원). 이 학교 엔리케 마르티네스 데 라 라마(37)교사는 『학생들은 이렇게 모은 돈으로 마드리드의 불법체류자와 가정에서 버려져 거리를 떠도는 불우어린이를 돕는 등 봉사활동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본·마드리드〓홍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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