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골프부부」,필드에 서면 가슴이 통한다

  • 입력 1997년 11월 10일 08시 34분


서울 서교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민선직씨(38)는 요즘 점심장사가 끝난 뒤 부인(37)과 함께 동네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한두시간을 보내는 게 삶의 재미다. 민씨부부가 골프커플이 된 건 지난해 가을부터. 민씨가 3년전 혼자 골프를 시작하자 이 부부에게도 「따로따로의 주말」이 찾아왔다. 이를 못 견딘 부인의 성화로 함께 연습장을 드나든 게 지금은 이미 네차례 필드에 나갔을 정도의 부부골퍼가 됐다. 서울 충정로의 부부 사업가인 조치흠(45) 김혜경씨(44)커플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부부골퍼. 다른 한쌍의 부부와 한팀을 이뤄 그린을 밟는 게 이 부부에게는 고정적인 주말코스가 됐다. 싱글핸디 수준인 조씨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15년전. 이후 「주말과부」가 싫었던 김씨가 4년전 남편을 졸라 특별개인지도를 받으면서 골프에 입문한 게 이들이 부부골퍼가 된 계기. 김씨는 『함께 필드를 걸으면서 바쁜 주중에 못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 또 골프를 같이 치면서 부부간의 공통화제가 자연스레 생겨 부부관계가 한층 원활해졌어요』라며 부부골퍼 예찬론을 폈다. 회사원 최원석씨(43)는 지난해 1년동안 가족과 함께 회사에서 보내주는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최씨는 연수기간에 영어와 전공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부인과 함께 골프를 익혔다. 올해초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최씨부부는 이제 매주 한차례씩 같이 필드에 나가지 않으면 다음 한주일이 짜증날 정도의 어엿한 부부골퍼가 됐다. 4, 5년전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한 부부골프 열풍.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처음엔 「돈많은 집안의 사치」로만 여겨졌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부부스포츠가 됐다. 골프장 예약이 힘들면 선착순 원칙이면서 이용료도 싼 퍼블릭코스를 찾으면 돼 부담도 줄어들었다. 서울 타워호텔 실외 골프연습장은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부부들이 유난히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루 10여쌍의 부부들이 나란히 타석에 서서 연습에 열을 올린다. 또 신도시와 서울시내 아파트밀집지역의 골프연습장에는 휴일이 되면 부부가 함께 오거나 아예 한 가족이 한꺼번에 와서 클럽을 휘두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골프장사업협회에서 추산하는 국내의 골프인구는 약 2백만명. 이 가운데 15∼20% 가량이 여성골퍼이며 이들중 상당수가 남편과 함께 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을 찾는다는 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경기골프클럽(경기 광주군)의 김헌수상무는 『최근 1, 2년 사이에 부부가 함께 필드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주말의 경우 하루 평균 85팀 가운데 10∼15팀은 부부 또는 가족단위의 골퍼들이다』고 말했다. 〈홍순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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