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16〉
외국인들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가엾게 여긴 두 여자는 말했다.
『들어오게 해라』
문지기 여자는 곧 되돌아가 들어와도 좋다는 사실을 세 사람의 길손에게 전하였다. 그러자 교주와 쟈아파르와 마스루르는 문지기 여자에게 감사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여자들은 이 새로운 방문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히는 등 여러가지로 마음을 썼다. 그리고 말했다.
『여러분, 참 잘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 머무르는 동안 꼭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방문객들은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자기와 상관이 없는 일에는 참견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규칙을 어기면 좋지 못한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잘 알겠습니다』
새로운 방문객들은 이렇게 대답하고 주석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교주는 동석한 세 사람의 탁발승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하나같이 머리며 수염을 밀어버렸는데다 한쪽 눈이 멀어 괴이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욱 교주를 놀라게 했던 것은 세 사람의 여자였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세상에 다시 없으리만큼 아름답고 귀여운 용모를 하고 있는 데다가, 그녀들의 태도며 행동거지가 더없이 기품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을 보는 순간 교주는 그 아름다움에 놀라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술잔을 비우세요』
세 여자 중 가장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가 교주에게 말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이 팔려 있던 교주는 엉겁결에 말했다.
『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저는 순례의 의식을 지키는 탓에 일절 술을 금하고 있습니다』
교주가 이렇게 말하자 문지기 여자가 더없이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술을 금하고 계신다면 당신에게는 다른 걸 마련해드려야겠군요』
이렇게 말한 그녀는 금으로 수를 놓은 식탁보를 교주 앞에 펼치고 그 위에다 더없이 귀한 중국산 도자기 찻잔을 놓았다. 그리고 그 찻잔에다가 한 숟가락의 당과와 버들개비즙을 부었다. 교주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찻잔을 받아들었다. 차를 마시면서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일은 이 친절한 여자의 대접에 보답을 해주리라』
교주가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흥겹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였다. 이 집 주인인 제일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른 두 여자의 손을 잡으며 더없이 진지하고 숙연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얘 동생아,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자』
『알았어요』
다른 두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 서둘러 식탁을 치우고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