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리뷰]러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 「라보엠」

  • 입력 1997년 11월 4일 07시 36분


지난달 30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러시아 스타니슬라프스키 오페라극장의 푸치니 「라보엠」은 「음악과 연극이 어우러진 총체예술」이라는 오페라의 이상을 현실감있게 재연한 무대였다. 30일 개막공연. 1막이 열리면서 공간을 가득 채우며 날아오른 비둘기떼는 단지 눈요기가 아니라 주인공인 예술가들의 꿈과 이상을 상징한 것. 비둘기의 비상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면서 연출가 티텔의 독창적인 효과가 무대 전체에 걸쳐 수놓아질 것을 예상하게 했다. 과연 막이 오른 뒤의 무대세트는 「라보엠」 초연 이후부터 상식처럼 전해 내려오던 「비스듬한 창문, 중앙의 난로」세트와 전혀 다른 배치를 보였다. 2막의 막이 오르자 널따란 무대 전체가 다양한 높이의 입체적 세트로 가득찼다. 무대는 파리의 크리스마스 이브 축제. 환상적인 조명이 덧붙여져 다채로움과 현실감을 주는 무대로 다가왔다. 어린이를 포함한 1백명 이상의 합창단과 연기진의 자연스러운 몸짓은 파리시대 노천 카페거리의 한구석을 그대로 무대위에 실어낸 느낌을 주었다. 무대효과와 연기뿐 아니라 성악진의 솜씨도 일급. 특히 94년 차이코프스키콩쿠르 그랑프리 수상자인 무제타역의 히블라 게르츠마바는 또렷한 공명과 정밀한 표현력을 갖춘 경묘한 목소리로 고혹적인 무제타역을 그려맞춘 듯 재연해냈다. 마르첼로역의 폴리카닌, 콜리네역 율리빈 등 전통적으로 명성을 가진 러시아 남성저역 가수들의 공명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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