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던진 승부수는 충격적이다. 이총재는 검찰의 「김대중(金大中)비자금」 수사 유보 결정에 반발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김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 집권여당은 분당 위기로까지 치닫고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두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집권당의 대란(大亂)은 대선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선택을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신한국당의 내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으로 이총재가 처한 곤경을 헤아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검찰의 결정이 대체적으로 국민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이총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총재가 검찰의 결정에 김대통령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아직 불확실한 개연성을 부각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 것은 성급했다는 평가를 부를 수 있다. 김대통령의 탈당은 신한국당의 분당을 재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신한국당과 이총재측에 해가 될 것은 뻔하다.
신한국당 비주류측은 이총재의 폭탄선언을 기화로 예의 후보교체론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집단탈당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이들 비주류측도 잘한 일은 하나도 없다. 신한국당이 지금의 대란에 빠져든 큰 원인은 비주류쪽이 제공했다. 그들은 자유경선을 통해 적법하게 선출된 자기 당 대통령후보가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끊임 없이 후보교체를 거론해왔다. 이것은 이총재 말대로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민주정당의 자기부정이라고 할 해당행위였다.
비주류측이 뚜렷한 대안도 없이 중구난방식으로 자기 당 대통령후보를 흠집내고 끌어내리는 행위는 집권여당의 민주적 경선을 통한 대통령후보 선출이 「마지막 개혁」이라고 선언한 김대통령의 뜻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자기 당 후보를 힘을 합쳐 밀어주기는커녕 경선승복 약속을 어기고 당을 떠난 타후보에게 곁눈질이나 보내는 것은 명분도 없고 정치인의 도리도 저버리는 「정치적 배신」일 수 있다. 그러고도 후보교체라니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결국 지금의 신한국당이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주류든 비주류든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아 원칙과 정도(正道)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총재는 포용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비주류측이 등을 돌리는 이유의 하나로 내세우는 「지도력 부재」를 극복해야 한다. 비주류측도 후보교체론을 거둬들이고 심기일전해 당을 혼돈에서 건져내는 일에 협조해야 한다. 집권당의 혼란은 정치의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