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을숙도 훼손 즉각 중단하라

  • 입력 1997년 10월 16일 19시 50분


부산시 사하구청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을숙도의 자연 갈대밭을 파헤쳐 유채꽃밭을 만들고 있다. 볼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구청측 설명이라고 한다. 뭘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는지 한심하다. 을숙도 일대에 많은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이유는 천연의 갈대숲이 우거지고 인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갈대숲을 파헤쳐 없애고 볼거리로 유채꽃밭을 만들어서 어쩌자는 것인가. 철새들을 내쫓고 관광객이라도 끌어들이자는 것인지 발상과 기획부터 무리투성이다. 을숙도는 천연기념물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철새도래지다. 문화재보호법은 보호구역에서 공사를 할 때는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현상변경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하구청은 이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한다. 공사를 즉각 중단시켜야 하며 위법 훼손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야 한다. 무엇이든 자치기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지방자치라고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자연생태계는 생명환경의 건강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새와 산짐승들이 사라진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 을숙도의 갈대밭과 철새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생명환경의 이같은 연관성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행정이 무감각하고 서로 손발이 맞지 않기는 을숙도의 경우만이 아니다. 환경부가 모처럼 태백산맥 줄기에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내기로 했던 계획이 산림관건물 건설공사 착공으로 차질을 빚게 된 경우가 또 하나의 본보기다. 경남 거제의 백로 떼죽음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모든 행정기관이 환경과 생태계보전에 관심과 책임감을 갖고 의무적으로 협력하는 체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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