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정재락/검찰직원들의 「한글 실력」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한글날을 맞은 9일 오전 10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지청장 장윤석·張倫碩) 청사내 접견실과 대회의실. 장지청장은 검사와 직원 등 1백20명을 대상으로 「한글 맞춤법」 시험을 50분간 실시했다. 이날 출제된 시험문제는 △표준어 가리기 △외래어와 외국어의 바른 우리말 표기 △띄어쓰기 △문법 등 모두 40문항으로 한글맞춤법 규정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몇몇 검사들은 4지선다형으로 출제된 시험을 치르고 난 뒤 『사법시험보다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많은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이날 한글맞춤법 시험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한글 바로쓰기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장지청장이 제안한 것. 장지청장은 『조서와 공소장에는 일반인에게 낯선 법률용어가 많기 때문에 검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말을 제대로 익혀 보다 쉽게 서류를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청장은 또 『검찰이 한글맞춤법에 맞게 결정문을 작성하는 일은 대국민 봉사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솔 최현배(崔鉉培)선생의 고향인 울산은 한글을 사랑하는 고장의 표본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이날 시험은 울산지청의 성윤환(成允煥)부장검사가 출제했다. 성부장검사는 혼자서 답안지 1백20장을 모두 채점해 성적우수자 3명을 뽑아 포상할 예정이다. 또 60점 이하 낙제자를 대상으로 11월 재시험을 실시한다. 그러나 시험성적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 장지청장이 지난해 부임해 첫 실시했던 시험에는 1백14명이 응시해 최고 97점을 받은 직원이 있는 등 대체로 우수한 편이었다. 〈울산〓정재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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