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영장심사제 보완 시급

  • 입력 1997년 10월 5일 19시 37분


▼집안의 애사(哀事)중에서 으뜸이 상(喪)을 당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가족중 누군가가 수사기관에 구속되는 일일 것이다. 가장이 구속된 집안은 명예와 돈을 함께 잃고 패가망신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그만큼 인신구속의 권한은 생살여탈권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법관이 피의자를 직접 신문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제가 시행된 지 10개월째를 맞는다. 이 제도는 다소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편의위주 구속수사 관행을 뜯어고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수사기관의 인신구속 남용을 법원이 적절히 견제함으로써 구속이 원칙이고 불구속이 예외이던 것을 불구속수사 원칙으로 물줄기를 바꾸어놓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피의자의 영장 기각률이 변호인이 없는 피의자의 영장기각률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검찰은 이같은 자료를 근거로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무전구속(無錢拘束) 유전(有錢)불구속이라는 새로운 원칙을 확립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새 총장 취임 이후 다소 누그러진 인상이나 실질적인 구속 권한이 법원으로 넘어간데 대한 검찰의 불만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같지는 않다 ▼인권보호를 위해 진일보한 개혁으로 평가받는 영장실질심사제도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존립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 변호사가 법률적 지식을 동원, 소명자료를 제출하면 피의자가 불구속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같지만 부자만 풀어주는 제도는 법의 정의와 거리가 멀다. 문제를 법원과 수사기관의 파워게임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영장심사단계의 국선변호인 선임 등 제도의 보완을 위해 법조계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