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달중/「이회창號」의 과제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7분


혼란과 불안 속에서 신한국당의 이회창체제가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고 나섰다. 어제의 전당대회에서 당총재로 선출된 이후보는 3김정치의 시대를 청산하고 「국민대통합」과 「국가대혁신」의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밝혔다. ▼ 내부 세력갈등의 포로 ▼ 이후보가 밝힌 국민대통합과 국가대혁신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그가 내세운 여러 주장들을 종합하여 보면 국민대통합이란 개혁적 보수주의 기치하의 중도통합론으로 이해되며, 국가대혁신이란 정보화 세계화 자율화시대에 접목될 수 있는 정치 국가체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이체제가 당면한 가장 급한 과제는 이와 같은 선언들을 어떻게 이후보의 이미지와 일체화시켜 국민에게 세일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경선이후 지금까지 이후보 진영이 내놓은 여러 정책대안이나 선언들은 이후보의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대역행적인 인상마저 주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신한국당 내부 역학관계의 산물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체제가 극복해야 할 심각한 도전은 신한국당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지금 신한국당은 「비탈길을 구르는」 불안한 「유리공」으로 비유되고 있다. 4명의 후보들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정책대결을 벌여야 할 판에 내부의 적들과 생사의 투쟁에 휘말려 있는듯한 이후보의 모습은 이후보 자신은 물론 신한국당 자체의 정통성에 중대한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이 출범한 이회창체제는 하루 빨리 정통성을 확립하여 국민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도 이체제가 정치적 리더십과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는 첩경은 자신의 선언을 체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이와같은 선언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제가 정치적 재생력을 발휘하려면 이후보 본래의 모습을 하루 빨리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비록 아들의 병역문제가 그의 지지도 추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는 했지만 이에 못지 않게 경선후유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신한국당 내부 세력갈등의 포로로 전락해버린 듯한 이후보의 모습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후보는 하루 빨리 경선이라고 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하여 선출된 후보로서의 상징을 바탕으로 3김정치의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동시에 파벌과 돈으로 얼룩진 정당정치의 폐습을 혁신하겠다는 자신의 비전과 의지를 분명하게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 비전 분명히 보여줘야 ▼ 정치이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여론조사는 이미 경선결과에 대한 불복이 대의정치에 대한 배신에 다름아니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체제가 정책대안을 개발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클린턴의 민주당이 대통령선거에서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이나, 레이건의 공화당이 민주당의 현직 카터대통령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방향감각있는 자신들의 정책대안을 국민에게 쉽게 납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0.1%차의 국민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가 절대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주저함이 없는 변화의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성숙된 선진민주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집권당의 이후보가 해야 할 것은 근본적인 변화의 청사진을 통하여 경제의 활성화대책, 안보와 통일의 비전, 그리고 사회통합의 윤리관 확립을 골격으로 하는 정책대안을 자신의 이미지로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장달중 (서울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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