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崔영사 피살1년」 입다문 러시아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7분


아나톨리 쿨리코프 러시아 내무장관은 얼마전 한 TV와의 회견에서 러시아 경찰의 강력범 검거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따라서 범죄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옐친대통령도 그의 업무수행능력을 높이 평가, 최근 그에게 정치권에 침투해 있는 범죄조직 소탕의 전권을 부여했다. 실제 올초부터 정부가 대대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대형 강력사건들이 잇따라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한국인에게 만큼은 러시아정부의 이같은 성과와 자찬(自讚)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1일은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주재 최덕근(崔德根)영사가 의문의 살해를 당한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더욱이 납득키 어려운 점은 러시아정부의 태도다. 완전 범죄였기에 수사 진전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말 못할 사정때문에 범인의 윤곽을 파악하고도 공개를 꺼리는 것인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사건 발생 한달 만인 작년 11월 『수사 진전이 있는대로 언제든지 발표하겠다』고 공식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건이 복잡하다. 현행법상 수사 중간 발표는 할 수 없게 돼있다』고 말하는 등 지난 1년간 러시아정부의 입장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한국정부에 그때그때 통고하고 있다』는 말뿐이었다. 최영사의 시신에서 독약성분이 검출됐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러시아측은 정확한 사인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자국의 영토에서 다른 나라 외교관이 살해됐는데도 1년이 넘도록 중간 수사과정마저 발표하지 않는게 외교관행인지 역시 납득키 어려운 대목이다. 사건이 발생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큰 변함이 없다. 사건이후 현지진출 교포들은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몸조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거지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북한의 움직임은 최영사 사건 이후부터 대단히 조용해졌다고 한다. 다만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높다고 한 교민은 전했다. 반병희<모스크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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