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나간 탓일까. 「미스터 돌격대」 김기태(28·쌍방울)가 탈이 났다.
10년 묵은 연속경기 안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질주하던 김기태가 17일 전주에서 열린 현대와의 경기에서 덜컥 부상을 당한 것. 김기태는 0대3으로 뒤진 4회말 1사 만루에서 홈에 슬라이딩하다 상대 포수 장광호의 스파이크에 부딪쳐 오른쪽 손바닥이 찢어졌다.
김기태는 병원으로 후송돼 다섯 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으며 2주 후에나 복귀할 수 있을 정도. 따라서 쌍방울은 김기태를 앉혀놓은 채 막판 순위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17일 현재 쌍방울의 잔여 경기는 14경기. 이중 1위 해태와 4경기, 2,3위인 LG 삼성과 각각 2경기가 남아 있어 김기태의 결장은 치명적이다. 특히 쌍방울은 해태에 6승8패, 삼성에 4승11패(1무)의 열세를 보이고 있는 터라 김기태의 공백에 김성근감독은 발을 동동 구를 정도.
김기태는 이날 현재 0.344로 타율선두,장타율(0.636)과 출루율(0.460)에서 각각 2위를 달릴 만큼 출중한 성적을 내고있다.
김기태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인 성적 이상으로 막중하다. 김광림(36)이 시즌 중반인 6월 현대로 이적한 뒤 갑자기 주장을 맡아 추락하던 팀을 잘 추슬러왔기 때문.
쌍방울이 후반기에 31승19패(승률 0.620)로 돌풍을 일으킨 데에는 김기태가 30대 노장 선수들과 신예들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불행중 다행인 점은 부상 덕에 리딩히터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경쟁자들인 박재홍(현대) 이승엽 양준혁(이상 삼성) 이종범(해태)의 타율이 갈수록 떨어져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타격왕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