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아들놈 새사람좀 만들어 주세요』

  • 입력 1997년 8월 23일 20시 25분


『이번에 들어가면 벌써 네번째인데…』 아버지 김모씨(60·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아들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허구한 날 부탄가스에 취해있는 아들. 신고하겠다고 결심을 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부탄가스에 취해 어머니에게까지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자 결심이 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매몰차게 아들을 연행해갔다. 김모씨(24·무직)는 이렇게 해서 같은 혐의로 네번째 사법처리될 입장에 처했다. 김씨가 처음 부탄가스에 빠진 것은 5년전. 공고 2년을 중퇴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한 김씨는 답답한 마음에 부탄가스에 손을 댔다. 그러던 중 지난 95년10월 처음으로 구속됐다. 이때부터 김씨는 구속 복역 석방 재구속의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개월만에 석방된 김씨는 풀려나자마자 또다시 부탄가스를 마시다 붙들려 징역6월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기간이었기 때문에 형기(刑期)는 1년으로 늘어났다. 96년12월 출소. 그러나 김씨의 「사회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출소한 그 달에 또다시 붙들려 징역 8월에 처해진 것. 지난 11일 출소한 김씨는 처음 며칠은 부탄가스의 유혹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다시 유혹에 넘어간 김씨는 결국 아버지의 신고로 쇠고랑을 찼다. 김씨의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이 몇번이나 옥고를 치르고도 계속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신고했다』며 『제발 새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경찰관계자는 『자식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모두 같을텐데 얼마나 괴로웠으면 신고까지 했겠느냐』며 혀를 찼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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