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정 신임 검찰총장,『국민편에서 개혁 최선』

  • 입력 1997년 8월 17일 20시 11분


지난 7일 취임한 金泰政(김태정)신임 검찰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권의 총장이 아닌 국민의 총장으로서 임기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검찰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가슴속에 맺혀있던 검찰의 개혁과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 단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개혁작업으로 전국고검장회의를 신설, 지난 11일 제1회 회의를 가졌다. 일선검찰에 업무상 영향력이 거의 없어 「소외된 자리」인 고검장들에게 일선검찰을 자주 순시, 묵묵히 일하는 유능한 검사를 발굴하라는 등의 임무를 부여했다』 ―취임사에서 「발전하는 사회에 있어서의 검찰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뜻입니까. 『검찰은 국민을 편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무원 부패는 경제와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되므로 반드시 척결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수사를 위한 수사는 곤란합니다. 나라가 잘돼야 검찰권 독립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바로 4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대선에 임하는 검찰의 각오나 입장은…. 『이번 대선은 돈안드는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이번에야 말로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할 생각입니다』 ―평소 학원폭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서울지검 동부지청장 재직시절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습니다. 최근 학교폭력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검찰과 행정기관 학교 학부모 등이 모두 참여,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도록 검찰내에 전담부서를 신설할 방침입니다』 ―특수수사통으로서 그동안 굵직굵직한 수사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보람있었던 수사는…. 『문민정부 초기 대검 중수부장을 맡았을 때 동화은행 비자금사건, 군장성 인사비리, 슬롯머신사건, 율곡사업비리 등 대형사건을 많이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무엇보다도 두번째 임지였던 춘천지검 강릉지청 재직시절 벌였던 마약사범 소탕작전입니다. 당시 생아편 밀재배 사범들을 단속하기 위해 지청직원 12명을 데리고 울진에 있는 산왕파기 계곡을 열흘간이나 뒤지고 다녔습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권총을 차고 다녔는데 직원들의 발이 부르트도록 다닌 결과 검찰사상 가장 많은 분량인 생아편 한 포대를 수거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출신이라느니 광주출신이라느니 출신지역에 관해 논란이 있습니다만…. 『아버님은 전남 장흥군 부산면 출신입니다. 우연히 부산(釜山)과 한자만 다르지(장흥군 부산면은 夫山) 한글은 같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가난 때문에 젊은 시절 부산으로 이사, 사업을 시작했고 나는 부산 영도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6.25가 터졌고 아버님은 부산에 원자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사업을 돕던 큰 형을 제외하고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아버님도 전쟁통에 사업에 실패, 고향으로 되돌아가시고 그래서 호남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잠복기에 들어섰지만 언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지 모릅니다.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수사할 생각이십니까. 『지금 수사한다 못한다 딱부러지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선진 일류국가가 돼야 할 시점에 과거의 모든 문제를 꼬치꼬치 들춰내 수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대선자금 문제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수사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수사가 과연 미래의 사회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를 깊이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겠지요』 ―그동안 검찰 인사가 특정지역 출신에 의해 독점되다시피 편중돼 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총장으로서 검찰 인사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고향 학교 파벌 등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인사를 할 생각입니다. 능력위주로 인물을 선정해달라고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했습니다. 그런데 유능한 사람도 한직에만 있다 보면 무능한 것처럼 보이고 비슷한 사람도 좋은 자리에 있으면 유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의 고검장들에게 지방의 인재들을 추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임관 27년만에 검찰의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초임시절에는 계속 지방의 지청만 돌아다녔다면서요. 『초임시절부터 여섯번이나 계속 지방의 본청도 아닌 지청만을 맴돌았습니다.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던 서울지검 영등포지청(남부지청 전신)에 근무할 때 의욕을 갖고 굵직굵직한 인지사건을 많이 처리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인사에서는 영전할 것으로 생각했더니 또 남원지청으로 발령이 나더군요. 도로포장도 안돼 울퉁불퉁한 전주∼남원길을 두시간 동안 달리다가 하도 서러워서 아내와 함께 껴안고 울기도 했습니다』 ―검찰청이나 검사에 대한 일반인의 이미지는 두렵고 차갑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우선 검찰이 친절하면서 수사도 잘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됩니다. 검사가 친절할수록 피의자가 자백을 잘 한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골프는 어느 수준입니까. 『골프에 관한 한 「젬병」입니다. 배운 지 20년이 넘었지만 1백타 이하로 내려와본 적이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취미를 못붙였습니다. 바둑 화투 같은 잡기에도 소질이 전혀 없습니다. 화투를 치면 5분도 안돼 머리가 아프더라구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20여년 했습니다. 자랑 같지만 제 몸매를 보면 다들 놀랍니다. 술은 즐기는 편인데 젊을 때는 폭탄주 10잔도 마셨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5잔이 고작입니다』 그는 요즘 매일 새벽 부인과 함께 인근 교회에 나가 한 점 부끄럼 없는 총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드린다. 〈양기대·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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