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68)

  • 입력 1997년 8월 14일 07시 4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21〉 내가 뱃전에 기대어 이런저런 수심에 잠겨 있을 때, 인도 태생으로 보이는 상인 한 사람이 나에게로 와 말을 걸었습니다. 『당신은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군요. 어디 몸이 아프기라도 합니까?』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가슴 속의 수심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나는 내 심중의 비밀을 죄다 털어놓았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상인은 몹시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하구려. 당신의 얼굴이 늙으면 당신 자신은 물론이고, 당신의 아이들까지 죽게 되다니. 그렇지만 당신은 나를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할 거요. 왜냐하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묘약이 나에게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고 난 상인은 주머니에서 고약처럼 생긴 것을 꺼내어 나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인도에서 가져온 신묘한 약이랍니다. 이걸 먹은 뒤 푹 잠을 자면 온몸에 땀이 비오듯 흐를 것입니다. 이튿날 아침 세수를 하고 목욕을 하면 당신은 십 년은 더 젊어보일 것입니다』 『오! 그게 사실입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당신이야말로 알라께서 나에게 보내주신 분이라 아니할 수가 없겠군요』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때 상인은 말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약은 약효가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답니다. 약효가 다 하면 팔과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하고 심한 졸음이 몰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한숨 푹 자고 나면 당신의 얼굴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게 된답니다』 『약효는 얼마나 갑니까?』 『불과 사흘 밖에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사흘이라고요? 오, 사흘 동안만이라도 젊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나의 아내들과 아이들을 만나보고 사란디브를 떠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외치며 상인의 손에 입맞추었습니다. 우리가 탄 배는 마침내 사란디브를 목전에 두게 되었습니다. 나는 상인이 일러준 대로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과연 온몸에서는 비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땀에 범벅이 된 채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이튿날 눈을 떠보니 배는 막 항구로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세수를 하고 목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이렇게 몸단장을 하고 나오니 뱃사람들은 모두 놀라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밤 사이에 나는 십 년이나 젊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는 마침내 낯익은 항구에 닻을 내렸습니다.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온 나라에 알려지면서 왕을 비롯한 수많은 대신들과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나왔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 우리의 구원자가 돌아오셨다!』 『저분이 사란디브를 떠난 것이 이태나 되었건만, 지난 이태 사이에 전혀 늙지 않으셨다. 오히려 열 살은 더 젊어지셨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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