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볼일이 있어 친구와 둘이 63빌딩의 승강기에 올라탔다. 잠시후 한 젊은 남자가 급히 안내양에게 다가와 무어라고 했다. 그러자 안내양이 우리들에게 내리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내리니 한 사람이 비서의 호위를 받으며 올라탔다. 자세히 보니 텔레비전을 통해 낯이 익은 국회의 높은 분이었다. 굳이 타고 있던 사람을 내리게 하고 승강기를 독점해야만 위신이 선단 말인가. 비서가 승강기를 독점하더라도 국민의 선량이라면 서민과 함께 타고 가겠다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나이 60이 된 우리 두 여인의 풍모가 함께 타기에 너무나 초라하게 보인 탓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때면 시장바닥이나 달동네를 마다않고 누비며 서민의 손을 잡고 표를 부탁하던 사람인데 금배지를 달고나서는 승강기마저 뺏어 탄단 말인가.
하찮은 일로 치부하기에는 큰 모욕을 당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애꿎은 안내양에게만 분풀이를 했다. 국민이 뽑아서 의정단상에 내보낸 국회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국민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일까.
권력의 과시가 당연시되는 현실이 서글프다. 정치지도자들이 이런 귀족의식을 버리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나라꼴도 제대로 되리라 생각한다.
유승교(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