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비회담 오래 끌 것없다

  • 입력 1997년 8월 4일 20시 34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석하는 4자예비회담이 마침내 오늘부터 열린다. 한반도문제 관련 당사국들의 국제회담으로는 지난 54년 제네바 회담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수차례 있었던 남북한간 접촉과는 달리 중국이 처음 참석하고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만큼 어느때보다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예비회담은 본회담의 시기와 장소, 대표수준과 규모, 회담의 의제 및 진행방법 등 절차문제를 정하기로 되어 있어 북한이 하기에 따라서는 순조롭게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北―美(북―미)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수문제를 의제로 내놓겠다고 밝혀 파란이 예상된다.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그같은 주장은 사리에 맞지않고 한반도의 현실을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先)식량지원문제도 그렇다. 북한은 4자회담을 이용해 당장 눈앞의 이해관계만 따지려 할 것이 아니다. 무엇을 논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체제안정이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는 길인지 냉철히 판단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하는 데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나 남북한과의 개별관계 그리고 장기적인 대(對)한반도 전략 등을 다각적으로 저울질하며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회담의 방향은 바뀔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한 당사자간 해결이라는 두 원칙을 표방해 온 만큼 그런 기조 위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실질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예비회담은 오래 끌 것 없다. 본회담이 빨리 열려 생산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주장에 유연히 대처하면서 한미공조는 물론 중국과의 긴밀한 입장조율로 성공적인 예비회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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