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촉진책 급하다

  • 입력 1997년 8월 3일 20시 08분


정신 차리고 위기를 수습하려니까 이젠 길이 없다. 문어발식 기업확장과 빚더미경영, 계열사간 상호출자 지급보증 등 선단식(船團式)경영에 몰두해온 재벌들이 잇따라 부도 또는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긴장한 각 그룹이 계열사나 부동산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에 나섰지만 진척이 없다. 뒤늦게, 그것도 한꺼번에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바람에 매물(賣物)만 쏟아져 나오지 원매자(願買者)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황 자산매각 부동산가격폭락 금융기관부실 불경기로 이어지는 복합(複合)불황이 우려된다. 기업들이 거품을 빼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구조조정촉진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국민경제를 이 지경으로 몰아온 책임이 큰 재계가 특혜를 수반하는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지만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미 구조조정촉진책 마련에 나선 정부는 좀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기업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고 법인 및 부동산인수에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감면, 구조조정이 원활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정부가 과감해야 한다. 특혜시비는 있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6대 시중은행 것만도 41조원이 넘는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해 신용공황 위기에 몰린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고용조정문제는 기업구조조정 최대의 현안이다. 전경련은 99년까지 유보된 근로기준법상의 정리해고 조항을 앞당겨 시행하자는 주장이고 노조측은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지만 정부 기업 근로자는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 살을 에는 고통을 분담하며 동참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처럼 거대기업들이 펑펑 나자빠지는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한국경제가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