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서시민/버스기사 재치있는 안내방송에 흐뭇

  • 입력 1997년 7월 20일 20시 44분


며칠전 낮 한가한 시간에 서울 노원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 혜화동 로터리에서 20―2번 일반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제복과 모자를 단정히 갖춘 운전사가 마이크로 직접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버스는 모두 기계가 안내방송을 하지 운전사가 직접 안내방송하지는 않는다. 운전사는 단순히 정류장 안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타면 좌석에 앉아있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방송도 했다. 반은 달래고 반은 협박하는 듯한 말투와 우스갯소리까지 곁들인 방송에 젊은이들도 웃으면서 자리를 양보하곤 했다. 친절하고 재치있는 말솜씨에 승객들은 모두 한가족처럼 웃고 즐거워 했다. 그때 한 승객이 너무 친절하게 해주어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운전사에게 1만원을 주었다. 그러자 그 운전사는 마침 지나가는 요구르트 아주머니를 불러 1만원어치를 모두 사더니 그 승객에게는 버스 뒤쪽에서부터 하나씩 돌리라고 하고 자기는 앞에서부터 요구르트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전 승객에게 돌아갔는데 나도 그것을 받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아마 요구르트 맛과 그 기사의 멋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승객에게 친절하고 노인을 공경할 줄 알며 젊은이들도 따뜻하게 대해주는 그분의 여유로운 마음씨로 인해 모든 승객들이 즐겁고 흐뭇해했다. 목적지에서 내리고 난 뒤 보니 그 버스는 한성버스 3508호였다. 다시 한번 그 버스를 타고 싶다. 서시민(서울 성동구 마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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