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하는 국회모습 보이라

  • 입력 1997년 6월 30일 20시 17분


제184회 임시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오늘 열리지만 과연 제대로 운영될지 걱정이다. 30일 회기 대부분이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일정과 맞물려 있고 정치개혁특위 구성 등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이도 여전하다. 여론의 눈총에 밀려 마지못해 국회문은 열었지만 그동안 미뤄놓은 각종 법안을 충실하게 심의 처리하는 실질적이며 생산적인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여야가 개회식후 사흘간 교섭단체 대표연설만 듣고 상임위활동부터 하기로 한 것도 부자연스럽다. 관례대로라면 대정부질문부터 해야 하는데 여당의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와 겹쳐 경선 이후로 미루었다. 여당의원들의 합동연설회 참석을 배려한 모양이나 그렇다면 상임위활동은 건성으로 해도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민생 경제관련 법안들을 조목조목 깊이있게 따지려면 상임위활동이 매우 중요한데도 여야의 정치논리에 이런 원칙이 밀린 것 같아 아쉽다. 이번 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할 법안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특히 한보사태를 겪으며 제기된 금융개혁문제는 현정권 때 해결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 경제의 바탕구조에 도사린 불합리한 점을 수술하지 않고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무엇보다 문제가 드러났을 때 이를 고치지 않고 넘어가면 차기 정권에 또 다른 부담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2백건이 넘는 각종 민생 경제 관련 법안들도 어느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사안들이다. 정치개혁입법도 확실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게임의 규칙조차 정하지 못해서야 말이 안된다. 여야 모두 이번에야말로 돈 덜 쓰는 깨끗한 선거의 모범을 보이자면서도 정작 규칙마련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여전히 정략적 줄다리기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 정치개혁특위의 의석비율 구성만 고집하는 것은 문제다. 연말 대선의 공정한 게임 룰을 만드는 특위라면 가급적 여야합의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특위를 여야 동수(同數)로 구성한 선례도 많다. 여당인 신한국당의 한 경선주자도 특위의 여야 동수구성이 옳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야 어느 쪽도 군말이 없게 공정한 게임규칙을 만들고 떳떳이 승부를 가리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여당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야당 또한 대선자금 국조권발동 등을 요구할 것이고 그리되면 어렵사리 열린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 리 없다. 국회가 일은 하지 않고 정쟁만 벌이는 모습은 이제 신물이 난다. 개혁이든 민생이든 경제든 수백개의 법안을 서랍속에 잠재우고 정치싸움만 벌이려면 그런 국회는 차라리 해산하는 게 낫다. 내일 3당3역회담에서는 생산적 국회운영방안에 뜻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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