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방송원(EBS)의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방송교재나 강사 선정과 관련해 업자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교육방송 간부들이 검찰에 줄줄이 구속된 지 얼마 되지않아 이번에는 교재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4백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명색이 사회교육 기능을 맡고 있다는 교육방송이 이처럼 비리의 온상으로 바뀐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교육방송은 TV방송교재를 펴내면서 제작비를 실제보다 훨씬 높게 책정하는 방법으로 교재가격을 올려 큰 이득을 남긴 뒤 출판업자와 2대 8의 비율로 나눠 가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적정가격이 5천6백원인 고교국어 교재가 두배 가까운 9천8백원에 판매되는 등 결국 부담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이번에 밝혀진 4백여억원이라는 부당이득은 96년 이후 1년여 사이에 발생한 것이므로 이전 것까지 포함하면 교육방송과 출판사의 담합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돈이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교육방송은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의 의구심은 오는 8월25일 시작되는 위성과외에 쏠려 있다. 국민의 과외비 지출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실시되는 위성과외의 주관방송사는 바로 교육방송이다. 여러가지 부작용이 예상되고 각계의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은데도 대다수 국민이 위성과외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각 가정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사교육비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성과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대단한 상황에서 교육방송의 비리가 잇따르자 과연 교육방송이 위성과외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재 교육방송이 내보내는 교육프로그램은 그만두고 위성과외 하나만 하더라도 앞으로 엄청난 양의 교재가 필요하다. 위성과외마저도 같은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진다면 학습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위성과외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육당국은 현행 방송교재 선정과정에서 폭리 발생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인 보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그동안 교육방송이나 출판사들이 거둬간 부당이득을 환수해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는 눈앞의 위성과외뿐 아니라 향후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진행될 「사이버 교육」의 정착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