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 勢몰이 경선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 양상이 갈수록 가관이다. 정발협이니 나라회니 하는 당내당(黨內黨)들이 바람직하지 못한 세(勢)몰이에 나서고 그런 와중에서 李洪九(이홍구)고문은 어제 경선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의원들의 자유경선 의지는 높다지만 주자들은 오로지 승리만을 좇아 패거리정치나 돈정치, 담합정치에다 지역주의에 편승한 세불리기 등 구태(舊態)를 재연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경선이 이런 모습으로 진행된다면 정치가 제자리를 찾기는 요원하다. 8명의 예비주자 중 처음으로 경선포기를 선언한 이고문은 『세몰이와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지금같은 정치행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지적은 여당의 경선전이 어떤 모양으로 진행되는지를 비교적 정확히 짚은 것으로 보인다. 나라와 정치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는 뒷전이고 오직 표낚기에만 열중하는 주자들과 이들을 저울질하는 당내파벌간의 암투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는 지적일 것이다. 물론 이고문은 역부족을 느껴 경선포기를 결심했겠지만 그것이 신선하게 보일 정도로 여당경선의 혼탁이 두드러진다. 우선 범(汎)민주계인 정발협과 범민정계인 나라회가 곧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하겠다고 나섰다.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은 금명 지역별 모임을 갖고 지역정서에 맞는 주자를 밀게 될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 계파별 지역별로 나뉘어 일전을 불사할 듯한 분위기다. 후보등록을 하기도 전부터 분파주의가 이 정도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후보경선이야 기본적으로 당내 사정이니 제삼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할 사안이 아닐지 모른다. 또 정치란 공동의 목표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세를 불려가는 과정이므로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시빗거리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경선전이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패거리정치와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리고 나아가 국민통합의 대의(大義)까지 해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눈앞의 이해득실만 따져 이합집산을 거듭한 정치인들이 그동안 나라와 국민에게 준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도지게 했고 정당정치와 의회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했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이를 치유하고 한 차원 높은 정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서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세몰이에나 열을 올리고 지구당위원장들 또한 대의원 뜻과 상관없이 줄서기에만 급급해하니 문제다. 신한국당은 그러잖아도 불공정 경선시비에 휘말려 있다. 李會昌(이회창)대표의 사퇴공방에 이어 대의원 매수설이 나오더니 자리 나눠먹기식 합종연횡 바람도 심상찮다. 여기에 세몰이 분파주의까지 가세하면 온갖 구태가 다 동원되는 셈이다. 국민에 앞서 1차적으로 여당 대의원들이 바른 선택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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