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현춘숙/여행 떠나는 아들에게

  • 입력 1997년 6월 17일 07시 54분


어느새 고1이 돼 엄마보다 훨씬 커버린 네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어릴때 개구쟁이 노릇을 하던 모습이 불현듯 스쳐오곤 한다. 오늘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보내면서 엄마의 마음을 몇자 적는다. 그러니까 30년쯤 전이겠구나. 엄마도 고2때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게 됐었다. 그때 가정 형편상 못가는 학생이 한반에 다섯명은 되었지. 자랑할건 못되지만 엄마도 그중에 한 명이었단다. 그런 아픔이 지금 너에게 잘해 주고픈 마음으로 가득 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행을 갔다온 한 친구가 함께 가지 못한 친구들에게 나무펜대를 한개씩 선물로 사오지 않았겠니. 지금도 그 친구를 잊을 수가 없단다. 그때 그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었다. 여행 못간 친구를 생각하고, 내가 먹을 때 못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좋은 물건을 가졌을 때 못가진 친구를 생각하는 것은 참다운 삶의 자세란다. 엄마는 그 뒤로는 아직 경주를 못가보았다. 이번에 네가 엄마몫까지 다 보고 와야겠구나. 그리고 기분에 들떠 너무 모난 행동은 하지 말고, 알았지? 여행을 하고 나면 조금 더 성숙해진다고 한다. 특히 학창시절의 여행은 좋은 추억이란다. 아무튼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친구들과 노력하기 바란다. 네가 없는 동안 문득문득 보고 싶어질 것 같구나. 현춘숙(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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