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안 더 보완해야

  • 입력 1997년 6월 15일 19시 54분


대통령의 재가를 끝으로 말 많은 금융개혁의 큰 틀이 잡혔다. 통화신용정책의 권한을 중앙은행에 부여하고 금융감독기능을 통합하는 등 방향은 대체로 옳다. 그러나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의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 흔적이 역력하다. 결국 금융개혁위원회안보다 개혁의지는 후퇴했으면서도 재경원과 한은 모두로부터 반발을 초래했다. 정부안은 보완해야할 대목이 많다.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물가 및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고 수행토록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한은총재를 겸임하는 금통위의장과 재경원장관이 물가목표 계약을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한은총재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한 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물가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정부와 한은간에 마찰과 혼란이 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경원장관이 대통령에게 한은총재 해임을 건의할 수 있게 해 권한과 책임을 연계시킨 것은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총재를 임기중에라도 교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앙은행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감독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분산된 금융감독기능을 통합한 것은 당연하나 한은이 통화신용정책 수행상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기능까지 한은에 주지 않은 것은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금융감독위원회에 공동검사를 요구하거나 금융기관특별융자 외화자금긴급지원 같은 특정 사안의 경우 한은이 지도검사 권한을 갖도록 하는 타협안이 채택됐지만 미흡하다는 지적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화신용정책과 정부정책간의 조화다. 재경원은 금통위에 재경원차관을 위원으로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재경원이 금통위의 결정에 재의(再議)를 요구할 권한을 주기로 조정했다. 통화정책과 경제정책은 수립 집행과정에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금통위의장의 국무회의 및 경제장관회의 참석과 재경원의 금통위에 대한 정책제의 및 재의요구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개혁의 핵심은 재경원과 한은의 영역지키기 다툼보다는 낙후한 금융산업을 개편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데 있다. 각국이 빅뱅식 금융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도 국제경쟁력 제고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앙은행 문제에만 집착하는 감이 있다. 금융기관간의 영역을 허물고 규제를 철폐하는 등 개방화시대에 금융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개혁이 더 절실한 과제다. 다음 정권으로 미룬 은행소유구조 문제를 비롯, 금융기관통폐합 경영건실화 등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밀실(密室)에서 밥그릇싸움을 하면서 적당히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는 개혁안은 앞으로 법안마련과 국회심의 과정에서 많은 보완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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