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 체험기]스웨덴거주 이명규씨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26분


스웨덴의 가정이 한국과 다른 한가지는 가족 구성원이 모두 「집안가꾸기」에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다. 스웨덴에서는 주부들도 90%이상이 직업을 갖고 있어 대부분 맞벌이 가정이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해 집안일을 꾸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초등학교 7학년인 아들 길이와 9학년인 딸 사랑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집안일을 분담하자고 자청하고 나섰다. 아직도 한국식으로 생각하는 우리 부모 입장에서는 고맙고 감동할 일이다. 결국 우리 가족은 각각 4분의1쪽이 되어 각자 할 수 있을만큼 집안일을 나누었다. 길이는 목욕탕과 화장실 청소, 사랑이는 집안 먼지닦기와 정리정돈, 나는 진공청소기담당, 그리고 식사준비와 설거지는 공동의 일로 정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외에도 골프선수로 활동하고 있어 하루의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가르쳐왔다. 하지만 시험이나 경기중에도 자기가 해야할 집안일은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들의 「작은 조화」가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아이들의 고모들이 방문, 일주일간 우리 집에서 머문 적이 있다. 고모들은 아이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소리없이 설거지를 하는 것을 보고는 『아이고 착한 우리 강아지들』하고 기특해 하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이렇게 귀한 애들에게 험한 일을 시킨다』고 역정을 내셨다. 『집안일은 돕지않아도 되니 들어가서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시는 고모들 덕분에 아이들은 3,4일간 「왕자님 공주님」의 생활을 누렸다. 아이들은 잠시 혼란속에 빠지기도 했지만 며칠후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제는 가족 모두의 가정꾸미기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사랑이와 길이는 한국 인기가수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레를 들고 거실을 닦거나 화장실 솔질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필자 이명규씨는 지난 78년 스웨덴으로 유학, 18년동안 살면서 1남1녀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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