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 연기 안될 말

  • 입력 1997년 5월 14일 20시 34분


정부와 신한국당이 금융개혁의 중장기 과제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개혁의지의 후퇴나 다름 없다. 중앙은행 독립문제를 포함해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 금융산업 통폐합 등 핵심과제를 금년내에 추진하지 않기로 여권이 방침을 세운 것은 안이한 태도다. 논란과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들 핵심과제를 연말 대선(大選)에 득(得)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미룸으로써 정부와 여당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금융개혁을 서둘러야 할 당위성은 새삼스레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길 뿐이다. 선진국 개도국 할 것 없이 이른바 빅뱅식 개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터에 정치논리를 앞세운 이해타산이나 기득권에 얽매여 개혁에 미적미적 한다면 우물안 개구리나 다름없다. 특히 오는 2000년이면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된다. 그러나 우리 금융산업은 극심한 부실구조에다 낙후한 경영체제 때문에 개방시대에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21세기 생존전략 차원에서 금융개혁은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정부와 여당은 지금이라도 연기 방침을 철회, 장단기 과제별로 금융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금융기관 업무영역 확대와 금리자유화, 금융규제의 획기적인 완화 및 철폐, 이용자 위주의 금융체제 구축 등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항들은 서둘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지난달 금융개혁위원회가 1차보고서에서 권고한대로 금융개혁이 내생적인 추진력을 갖도록 각종 규제와 보호를 철폐해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정부가 주저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중앙은행 독립 및 금융감독기능 조정, 은행 소유구조,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핵심과제다. 이 모든 것들이 금융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 태풍을 몰고 올 사항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개혁추진에 멈칫거려서는 안된다. 정면돌파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의견수렴으로 지혜를 짜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정부와 여당의 의무다. 민간 위주로 구성된 금개위(金改委)와 정부간에 긴밀한 협의채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 금개위 따로 재정경제원 따로인 현재의 개혁추진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금융산업의 대수술을 의미하는 빅뱅(Big Bang)에는 엄청난 위험과 고통(Big Pain)이 뒤따른다. 그러나 빅뱅은 금융산업을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Big Chance)도 된다. 급변하는 국제경제 상황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개혁은 정권과 무관하게, 그리고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정권말기라고 해서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당국이 개혁에 손을 놓는 무사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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