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黃長燁(황장엽)전 북한노동당비서에 대한조사결과는충격적이다. 북한의전쟁준비 실태는 상당부분 알려져 있지만 황씨가 밝혔다는 내용은 金正日(김정일) 정권이 섬뜩할 정도로 남침에 필사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굶주린 주민들은 아랑곳없이 전쟁에만 광분하고 있는 모습이 한편으로 두렵고 한편으로 한심스럽다.
안기부측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황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직 군에만 의존하고 있는 김정일은 「전쟁만이 출로(出路)」라며 「전격전」 전략으로 남한을 단기간내에 초토화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주민들의 식량부족 상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전쟁장비는 100% 자체 해결하고 있고 대량 살상무기도 높은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면 식량사정 때문에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고 다니면서 다른 한편으로 전쟁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 정권의 이중성은 마땅히 규탄받아야 한다. 본란이 여러 차례 지적해 왔듯이 식량원조가 군량미 확보 등 군사력 강화에 이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입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정부가 식량지원조건으로 군비감축을 요구했듯이 북한은 전쟁준비를 위해 군사력증강에 쏟는 막대한 돈을 당연히 주민들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정권은 무엇보다 그들의 적화통일 기도가 스스로 종말을 재촉하는 자충수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김정일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하나 그것은 한반도 주변상황을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다. 그런데도 북한의 주요 정책이 김정일 1인에 의해 최종 결정되는 등 그의 독단이 심화하고 있으며 전쟁지휘체계도 인민무력부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총참모장 작전국장에게 하달하는 식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한 지휘체계라면 김정일이 언제 도발의 불장난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황씨의 진술내용이 지금 우리의 정국과 맞물려 혹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소홀해서는 절대 안된다. 북한의 전쟁준비 상황이나 권력구조로 볼 때 김정일은 당장이라도 도발의 단추를 누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황씨의 진술은 韓美(한미) 등 관계국들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北―美(북―미)간 제네바 핵합의를 바탕으로 마련한 각국간의 관계는 와해되고 한반도 주변에는 엄청난 위기가 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