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동아리 탐방]벤처기업 연구하는 「창업」

  • 입력 1997년 3월 30일 08시 30분


[이나연기자] 『80년대 선배들이 학생운동으로 민주화를 앞당긴 것처럼 저희들은 벤처기업활동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서울대 최초의 벤처기업 동아리 「창업」회원들의 야심찬 각오다. 이 동아리는 지난해 12월 공대생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단순한 친목도모활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준(準)프로동아리다. 동아리 회장 宋秉埈(송병준·21·전기공학부4년)씨는 『벤처기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 사업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실현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고 창립취지를 밝혔다. 『관악산 기슭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자』는 것이 이들의 캐치프레이즈. 지난 3월초 신입회원 모집공고를 내자마자 대학원생을 포함, 5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들어 접수처를 학부 사무실에서 부랴부랴 강의실로 옮겨야 했다. 아직 변변한 동아리방도 마련하지 못했지만 회원의 규모나 열의면에서 서울대의 신설 동아리 중 단연 「다크호스」다. 「젊은 녀석들이 돈만 밝힌다」는 일부의 시선에 대해서도 회원들은 당당하다.창립회원 韓永民(한영민·23·전기공학부4년)씨는 『우리 경제는 재벌중심이라 정경유착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벤처기업형태의 중소기업들이 많아지면 이런 악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회원들의 패기를 높이 평가한 교수와 선배들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權旭鉉(권욱현)전기공학부 학부장은 『아직도 공대 신입생의 90% 이상이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며 『창업회원들은 사회에 나가 창조적인 기업인이 되는 것도 공대생의 역할임을 깨달은 기특한 학생들』이라고 칭찬했다. 반도체공동연구소장 朴榮俊(박영준) 교수도 『마땅한 동아리방이 없으면 연구소의 방이라도 하나 비워주겠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서울대 공대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벤처기업협회도 서울대에 지부를 세워 학생들의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전문적인 노하우를 전수해 줄 계획이다. 선배와 교수들의 「열화와 같은」 후원의 배경에는 과기대 포항공대 등 이미 벤처기업 동아리가 활성화되고 있는 경쟁대학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경쟁심리」도 있다. 대학간 경쟁의 영역이 상아탑속에서의 학문연구뿐만 아니라 학문의 현실응용에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자각한 셈이다. 학생들은 요즘 「사업계획서경진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각자의 사업아이디어를 토론,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는 기획안을 만들어 곧바로 창업투자회사나 선배들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에 연결시켜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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