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5)

  • 입력 1997년 3월 25일 07시 52분


제7화 사랑의 신비〈21〉 마법에 걸린 오빠들을 구해야 한다는 파리자드의 말에 말하는 새, 불불 엘 하자르로서는 겁이 날만도 했다. 보이지 않는 군사들을 시켜 무수히 많은 귀공자들에게 마법을 걸어 검은 현무암으로 만들어버린 마녀에게 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또 불불 엘 하자르로서는 지금껏 섬겨 왔던 옛주인을 배반한다는 것이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오, 불불 엘 하자르여, 왜 갑자기 말이 없느냐? 네가 정녕 나의 노예라면 어서 말해보아라. 어떻게 하면 내 오빠들을 구해낼 수 있는지』 파리자드가 이렇게 다그쳤을 때서야 말하는 새는 고개를 들었다. 『파리자드, 오, 파리자드여!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지금까지 당신이 한 일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이랍니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내가 한 일보다 위험한 일이라고?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구나. 그게 아무리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도 좋으니 어서 말해보아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 파리자드,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마녀의 우물에 가서 마법의 물을 길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그 마법의 물을 길어오자면 마녀의 화원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화원에는 두가지 대항하기 힘든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담의 자식 중에는 지금껏 아무도 그 화원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마녀의 화원을 지나가는데 두 가지 대항하기 힘든 것이란 대체 뭔지?』 파리자드가 다그쳐 물었다. 말하는 새는 대답했다. 『오, 그것은 화원에 만발한 꽃이랍니다. 그 꽃들은 얼마나 아름답고 현란한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황홀하여 그만 정신을 잃어버린답니다. 그리고 그 꽃들의 향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일단 한번 향기를 맡았다 하면 영원히 잊지 못한답니다. 그리하여 그 꽃을 눈으로 보거나 코로 그 향기를 맡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녀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하게 된답니다. 따라서 만약 그 꽃의 아름다움에 현혹되거나 그 향기에 도취되면 당신은 평생을 두고 마녀의 노예가 되고, 저는 당신에게 마법의 우물을 가르쳐준 것이 탄로나 마녀의 손에 두 날개가 부러져 죽게 될 것입니다』 듣고 있던 파리자드가 물었다. 『나무 밑의 노인이 준 털실로 코를 막으면 그 향기는 막을 수 있겠구나?』 『오, 그것으로는 안됩니다. 마녀의 화원에 핀 꽃들의 향기는 얼마나 강렬한지 아무리 촘촘한 털실이라 할지라도 그 미세한 틈 사이로 흘러들어 당신의 후각을 자극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만사는 끝장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파리자드가 이렇게 다그치자 말하는 새는 오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저한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있습니다. 냄새는 냄새로써 막아야 하는데 마녀의 화원에 핀 꽃향기를 막으려면 우선 삼백년 묵은 성자의 식초를 구해 와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파리자드는 다급하게 물었다. 『삼백년 묵은 성자의 식초라고? 그걸 어디에 가면 구할 수 있지?』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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