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소영/어렵게 얻은 딸아이를 보며…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9분


딸아이가 태어난 것은 작년 첫 더위가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내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조산(7개월)을 한 탓에 얼굴조차 보지 못한채 인큐베이터로 보내야만 했기 때문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 눈물이 쏟아졌다. 분만실을 세번씩이나 들락거려야 했던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다른 아기에 비해 훨씬 가냘프고 앙증맞던 딸을 안고 퇴원하면서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자라면서 옹알이도 제법 크게 하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미소를 띄우더니 볼을 비비면 소리내 웃기까지 했다.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보통 아기와 같이 튼튼해졌다. 보행기에 앉힐 때 쯤에는 힘차게 발길질을 하고 장남감들을 사정없이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여운지…. 자기만 봐달라고 떼를 쓰고 안아달라고 투정을 부려도 귀찮거나 밉지가 않다. 목욕을 시킬 때면 어찌나 손짓발짓을 심하게 하는지 욕조의 물이 사방으로 튄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노라면 천사나 요정같다. 이토록 건강한 딸아이를 보며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곤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으로 감싸주신 분들 덕분에 딸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곁에서 자상하게 보살펴 준 남편, 직장에 다니면서도 일주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원에 도시락을 싸다 준 둘째언니, 미역국을 끓이고 쑥을 달여주신 친정 어머니…. 항상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딸아이의 천사같은 웃음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 김소영(서울 성동구 금호3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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