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부부가 된 스님과 첼리스트…돈연-도완녀씨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8분


[정선〓이인철 기자] 강원 정선군 임계면 가목리 산골에 사는 도완녀씨(44). 까무잡잡한 얼굴에 몸뻬, 낡은 블라우스, 털고무신. 영낙없는 산골 아낙네다. 그러나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 독일유학을 거쳐 대학강사를 하던 첼리스트다. 도씨가 이곳에 살게 된 것은 남편 頓然(돈연·스님)과의 인연 때문. 독일문화원에서 함께 공부한 적이 있는 두 사람은 16년만인 지난 93년 우연히 다시 만나 3개월만에 결혼했다. 돈연도 촉망받는 학승(學僧)이자 문필가로 「제2의 法頂(법정)」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으나 결혼과 함께 환속했다. 결혼 전부터 돈연은 정선전통식품공장을 운영하는 두타초암에서 인부들과 섞여 메주 간장 된장을 만들어 팔아 왔다. 메주를 연간 80t이나 생산하고 7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그러나 지난 95년 불이 나는 바람에 가재도구는 물론 도씨가 분신처럼 아끼던 1백년 된 첼로와 악보 고서 등이 재로 사라져버리기도 했다. 도씨는 첼리스트의 가장 큰 재산인 섬섬옥수도 갈라터졌고 결혼 3년9개월만에 아이를 셋이나 줄줄이 낳았다. 처음엔 손이 거칠어 연주가 잘 안됐다. 그러나 자연과 교감하며 평정을 되찾으니 쉽게 음이 잡혀 오히려 음악공부에 보탬이 된다고 도씨는 말한다. 『일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늘 충만합니다. 솔향기를 내뿜는 두타산 자락을 배경으로 별빛을 조명삼아 첼로를 켤 때는 어느 화려한 연주무대도 부럽지 않아요』 최근엔 소박한 산골생활의 이야기를 담은 「메주와 첼리스트」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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