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美國의 심장」 뉴잉글랜드 지방

  • 입력 1997년 2월 19일 20시 17분


《지금으로부터 3백77년전인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지의 땅」 아메리카에 첫 발을 내디딘 1백여명의 영국인들. 오늘날 50억 인구의 지구촌을 이끄는 미합중국을 세운 개척자들의 첫 정착지가 바로 뉴잉글랜드 지방이다. 뉴잉글랜드라 하면 메인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코네티컷 등 동부 여섯개주에 걸친 넓은 지역. 고풍스런 건물과 정통 영국식 악센트가 아직도 남아 있는 미국 백인문화의 「뿌리」로 미국 상류층을 일컫는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에 걸맞게 「아이비 리그」(Ivy―league)라고 불리는 미국 최고 수준의 여덟개 대학중 일곱개가 여기에 있다. 미국지성의 산실이자 「두뇌」이며 「심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뉴잉글랜드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현지취재=이훈기자] 미국의 건국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동부 뉴잉글랜드지방의 중심도시 보스턴.빨간색벽돌로 지은 유럽풍 건물들로 가득한 고도(古都) 한가운데로 찰스강이 흐르고 그 건너편에 케임브리지가 있다. 영국의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의 이름을 딸만큼 이곳에도 대학이 60여개나 있다. 하버드대는 케임브리지의 중심. 6명의 대통령과 3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최고(最古)의 명문 대학이다. 명성도 자자하지만 캠퍼스의 모습도 그리 낯설지 않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TV외화 덕분이다. 하버드대는 정문이 없다. 대학촌 주변과 길 하나로 구별된 캠퍼스에는 단과대학 건물이 이곳 저곳에 분산돼 있다. 교정에 들어서면 광장을 중심으로 빨간 벽돌 건물들이 둘러서 있다. 이중 하나가 유니버시티홀이며 그 앞엔 이 대학에 엄청난 기부금 등을 희사한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다. 손으로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 덕분에 동상의 왼쪽 발 등이 반들거릴 정도로 닳았다. 동상 왼쪽으로 돌아들면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 메모리얼 도서관」. 하버드대에는 이런 도서관이 무려 30개나 되며 모두 지하로 연결돼 있다. 「하버드에 없는 책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이 대목에서 실감했다. 대학구내를 벗어나면 크고 작은 쇼핑몰이 몰려있는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하버드 스퀘어. 한국의 대학로처럼 공연이 끊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광장이다 하버드대(매사추세츠주)에 최고(最古)는 빼았겼지만 최고(最高)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예일대(코네티컷주)도 뉴잉글랜드의 보물. 예일대는 매사추세츠주를 벗어나 2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닿는 소도시 뉴헤이븐에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예일대는 대학원 중심의 하버드와 달리 학부 중심. 그런 탓인지 오가는 학생들이 「젊음」 그자체다. 예일대에서는 저마다 독특한 모양새를 지닌 건축물도 볼거리다. 중세 고딕양식은 물론 자외선으로부터 고서(古書)의 훼손을 막기 위해 대리석과 최첨단 건축기법으로 지은 도서관까지 다양하다. 여성들은 중앙도서관 앞에 있는「우먼스 테이블」(Woman's Table)에 꼭 들러보자. 물이 흐르는 돌수반에는 여자 입학생 수가 연도별로 새겨져 있는데 1백년이상 이어지던 「0」의 행진이 1969년에야 비로소 깨진다. 예일의 역사가 바로 미국내 여권 신장의 역사임을 시사하는 기념물이다. 예일대는 전자감지 신분증이 있어야 모든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어 가이드투어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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