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리우카니발]광란의「삼바」…브라질이 벗는다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리우데자네이루〓고진하기자] 리우카니발이 절정에 이른 11일 오전2시(한국시간 11일 오후1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의 카니발대회장인 삼보드로모. 대낮처럼 환하게 불밝힌 거리에 수백발의 폭죽이 터지면서 명문 삼바학교 에스타시 데 사팀의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현란한 판타지아(의상)로 치장한 출연자들이 차례로 지나가는 중간중간에 화려한 무대차가 등장했다. 2박자의 강렬한 삼바리듬에 맞춰 노래하며 탄력있게 춤추는 출연자들. 도취된 듯한 얼굴위로 팥죽같은 땀이 흘러내린다. 무대차위에 높이 올라선 무희들은 깃털과 구슬장식으로 살짝 가린 늘씬한 몸매를 한껏 뽐낸다. 그러나 카니발은 엄선된 미녀들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어린 아이부터 허리굵고 배 나온 중년, 숨을 헉헉대는 노인들까지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진 축제였다. 악보를 보며 목청껏 삼바를 따라 부르는 이, 흥에 겨워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이들…. 관중들의 흥분도 고조돼갔다. 행렬의 맨끝은 가수와 악단이 장식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만 같은 타악기의 울림.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팔이나 깃발을 흔드는 것으로 팀의 퍼레이드는 막을 내렸다. 이탈리아 관광객 안토니오 조베르네티(42)는 『이탈리아에도 베니스 카니발이 있지만 이렇게 흥겨운 축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7시(한국시간 9일 오전6시)부터 11일 오전7시(한국시간 11일 오후6시)까지 펼쳐진 리우카니발에서는 18개팀이 열띤 경연을 벌였다. 이들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학교들이 겨루는 예선을 통과한 막강팀들이다. 4천명으로 구성된 한팀이 삼바를 춤추고 노래하며 6백50m에 걸쳐 퍼레이드를 벌이는 시간은 1시간20분. 음악가 디자이너 연예인 등 1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질서 의상 음악 의미 등을 평가, 점수를 매긴다. 각팀의 퍼레이드는 일정한 주제를 갖고 있다. 대개 정치 종교 사회등 현실비판이 단골 주제며 이번 카니발에서는 「철도를 획기적으로 확충하라」 「2004년 올림픽을 유치하자」 등의 주제도 선보였다. 카니발은 매년 부활절전 40일간인 사순절 직전 3박4일에 걸쳐 브라질 전역에서 펼쳐진다. 이 기간동안에는 전 도시가 철시하고 카니발에만 몰두한다. 5만∼8만명을 수용하는 리우의 삼보드로모는 연일 발디딜 틈없이 채워진다. 빈민층의 대다수는 카니발을 위해 삼바학교에 등록,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매일밤 기량을 갈고 닦는다. 부인과 함께 로마병사로 분장하고 카니발에서 춤을 춘 세오소 톨레도 세자르(63·상 파울루 최고재판소 판사)는 『카니발이 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민화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은 모든 브라질인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만은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도 황제가 되고 여왕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우카니발은 가톨릭 전통의 하나로 1854년 시작됐다. 단순한 퍼레이드에 불과했던 카니발에 혼혈인들의 춤과 음악인 삼바가 결합되기 시작한 것은 1870년의 일. 1935년부터는 삼바학교의 경연이 공식적으로 열리게 됐다. 1억7천만 브라질 국민의 85%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카니발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종교와 상관없이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카니발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카니발이 끝나면 재벌 법조인 경찰 등 수백명이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언론매체를 장식한다. 삼바학교 운영자와 카니발 주최자인 리우시의 배를 불리는 데 빈민들이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따갑다. 어쨌든 축제는 끝나고 열광하던 이들은 회색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끝이 아니라 내년 축제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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