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은 항상 멀다. 아무리 발길을 재촉해도 그리운 마음이 먼저 고향으로 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긴 행렬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훤히 나 있는 고향길은 평소 멀어봐야 차로 한나절 길이지만 이 귀성길에 서 있으면 온종일 가는 길이 된다. 교통체증으로 그 길은 한결 멀어지고 그리운 마음은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절 귀향길에는 지켜야 할 법규를 잘 알면서도 위반하는 차량들이 많다. 차 한대가 갓길 운행을 하면 차로를 지키던 다른 차마저 당연한 듯 그 뒤를 이어가 아예 갓길이 없어진다. 고속버스 전용차로에는 소형 자가용 차량들이 수도 없이 들락거린다. 주차장이 된 도로 사정은 더더욱 한심스럽다. 움직일 수조차 없는 차안에서 여러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짜증을 내고 도로에 「한」을 풀 일은 아니다 ▼꽁초를 창밖으로 아무렇지않게 내던지거나 쓰레기를 슬그머니 길가에 버리는 행위, 빤히 보이는 곳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 차안에 갇혀 있다 보면 담배도 피우고 싶고 목도 마르고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면 가족들의 신경은 모두 곤두서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제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한발 물러나서 생각하면 정말 수치스럽고 한심한 행동들을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경찰청은 헬기까지 동원, 귀향길 교통위반 단속에 나섰다. 3백m 상공에서도 사람얼굴과 차량번호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헬기가 떠 눈을 부라리고 있는 귀향길 풍경은 어딘지 살벌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도 이해된다. 멀고 짜증나는 길이긴 해도 질서를 지키며 좀더 편안히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른 운전자세, 음악청취, 가벼운 운동, 즐거운 얘깃거리 등 귀향길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수단을 찾아 서로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