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가구 新舊조화]디자이너스 파일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오래된 소파와 식탁, 반닫이…. 서울 도곡동의 43평 아파트를 찾았을 때 거실에는 훌쩍 흘러간 세월에 밀려 퇴색해버린 가구들이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한 채 놓여 있었다. 이번 인테리어공사를 하면서 아예 싹 내다버릴 작정을 했다는 집주인의 말이었다. 『물론 처음 들여놓았을 때에야 너무 좋아 잠을 설칠 정도였죠』 그의 말이 애틋하게 들리는데다 가구가 상당히 견고하고 디자인도 조형성이 있어 이 가구들을 꼭 그대로 쓸 맘을 먹었다. 다만 소파는 모던한 느낌인데 식탁은 고전적인 스타일이라 신(新)과 구(舊)의 조화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했다. 소파 뒤 벽면에는 추상적인 액자를 걸고 식탁과 고가구가 자리잡은 공간에는 난을 그린 판화와 풍경화로 코디했다. 두 공간사이에는 라디에이터박스를 새로 짜넣고 조형물을 올려놓아 두 공간의 느낌이 충돌하지 않도록 시선을 끊는 방법을 썼다. 대부분의 가정들이 인테리어공사부터 해놓고 새로운 가구를 선택하느라 고생을 한다.가구를 들여놓고난 다음에는 제대로 코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속상해 한다. 하지만 최고급 신형 수입가구들로 채워놓아야만 멋진 인테리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애정이 담긴 가구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껴오던 가구와 함께 안락함을 되찾은 가족들의 만족한 웃음을 보며 새삼스레 깊은 보람을 느꼈다. 민병원<민 인테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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