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안팎서 밀리는 「슈퍼맨」의 비애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은퇴한 남편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집안에서 일거리를 찾지만 번번이 아내에게 귀찮은 일만 벌인다. 새벽3시에 액자를 걸겠다고 벽에 못질해대는 남편을 보고 결국 참다못한 아내가 부부동반으로 여행상품을 신청한다. 어느 외국항공사의 광고내용이다. 집에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인 것은 서양의 일만도 아니고 은퇴한 노인들의 경우만도 아니다. 설처럼 집안일이 많을 때에도 남편들은 찬밥신세다. 부엌에서 음식준비에 바쁜데 남편은 말로는 도와준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키고 좀 소홀하다 싶으면 투정까지 한다. 도와주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으니 차라리 밖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와주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아내들의 솔직한 바람이다. 남편은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편의적인 존재」이지만 집안일에서는 쓸모없기 일쑤다. 슈퍼우먼 컴플렉스로 갈등을 겪는 여성도 증가하지만 조기퇴직이 많은 요즘 직장에서도 살아남고 집안에서도 쓸모있고 사랑받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슈퍼맨 컴플렉스가 남성들의 현실적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대에는 남편이 집안일에 도움이 되니 안되니 티격태격하기 보다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부부가 서로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현명한 태도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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