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동화은행 장의지원담당 남승현씨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尹鍾求기자] 3일에 한번씩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 동화은행 장의지원담당 남승현씨(47). 근무처도 상가(喪家)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매일 바뀐다. 『지난 4년반 동안 치른 장례식만도 5백70건이나 됩니다. 매년 1백20여건을 맡은 셈이죠』 그가 타고 다니는 승합차에는 조화에서부터 젓가락 휴지까지 장의용품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상주는 음식만 준비하면 된다. 영안실 안내, 신문의 부음기사 요청에서부터 사망진단서 발급, 묘지안장까지 모든 일을 그가 척척 맡아서 한다. 그는 89년 동화은행이 처음 생겼을 때 본점 청원경찰로 일하다가 성실한 태도가 돋보여 92년 8월 직원과 고객의 장의지원직에 정식 채용됐다. 『처음에는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의식과 절차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장례문화에 관한 책을 닥치는대로 사서 읽었죠. 이제는 달달 외울 정도예요』 그는 1년 3백65일 어느 하루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사망시간에는 예고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와 인터뷰를 약속한 날도 새벽2시에 직원이 모친상을 당해 다녀오는 길이라며 부스스한 모습이었다. 5백여차례나 장례식을 치르다 보니 이젠 이 분야의 박사가 됐다. 장례절차에 관한 소책자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종교마다 장례 절차가 다 달라요. 예를 들면 운구할 때 불교 기독교에서는 머리가 앞으로 향하는데 가톨릭에서는 다리가 앞섭니다. 몇달동안 성균관 명동성당 조계사 영락교회 등을 쫓아다니며 종교별로 다른 장례절차를 눈으로 보고 배웠죠』 그가 가는 곳에는 흔히 있는 장의용품 바가지요금이 설 자리가 없다. 한눈에 관의 재질이나 두께, 수의가격 등이 들어오고 불필요한 물건은 당장 반납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맡은 이후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는 필수품의 차원을 넘어 아예 그의 스타일이 됐다. 이제는 한여름에도 검은색 옷을 입는 게 편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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