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살기좋은 도시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4분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의 도시를 포함하여 세계의 주요 도시들을 비교한 것에 의하면 서울이 삶의 질 부문에서 가장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여 언론에 크게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그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서 필자가 발견한 흥미있는 메시지는 국내 6대도시 간의 비교결과에 숨어 있었다. 즉 경제활동 여건의 측면에서는 예상했던대로 서울이 가장 앞서 있었고 그 다음 인천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순으로 그 여건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생활환경 교육 사회복지 문화여건 등 삶의 질 부문에서는 그 순서가 광주 대전 대구 부산 인천 서울 순으로 완벽하게 뒤바뀌어 있었다. 만일 이러한 보고서가 믿을 만한 것이라면 이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생각하게 만든다. 도대체 경제발전과 삶의 질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만일 경제활동 여건이 좋은 도시일수록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경제발전은 삶의 질 향상과 무관하게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은 누가 보아도 엄청난 규모의 국제도시임에 틀림없다. 거리는 자동차가 홍수를 이루고 뉴욕이나 파리 못지 않게 화려한 백화점이나 빌딩이 즐비하다. 그러나 서울은 이제 필자가 60년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여유를 느낄 수가 없다. 특히 속수무책으로 막히는 길은 서울방문 자체를 무척이나 짜증스럽게 만든다. 그에 비하면 광주에서의 삶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공간 및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이 아닌가 한다. 경제를 활성화하여 생산력을 높이는 궁극적 이유는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삶의 질에 관한 6대 도시간 비교 결과는 경제적으로 가장 낙후된 광주 같은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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