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반발현장]전국 각지역 스케치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노동법개정안의 국회 기습통과에 반발, 전국 각지의 대기업 노조들이 27일 이틀째 전면파업을 벌인 가운데 서울지하철노조가 28일 새벽 파업에 돌입키로 해 교통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과 경찰은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간부 전원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증거 확보에 착수했으며 조업중단 회사들도 직장폐쇄 및 노조간부 고발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사정간의 대립이 긴박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28일 새벽으로 예정된 서울지하철 파업에 대비해 서울시는 27일 오후부터 지하철 역무지원과 상황실근무를 위해 직원들을 차출하느라 부산한 모습. 시는 모두 1천5백여명의 직원을 차출해 지하철역마다 10명씩 배치,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도록 할 예정. 시는 본청 계장급이 각 승무사무소에 1명씩 상주하면서 승무원 복귀를 유도하라는 지침도 하달.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은 『연말 5호선 도심구간 개통과 당산철교 지하철운행중단으로 가뜩이나 초비상인데 모든 것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며 한숨.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노련 서울버스지부를 포함, 전국 6대도시 버스지부가 28일 오전 4시부터 총파업에 참여키로 결정했다』고 발표. 그러나 기자들이 서울버스지부로 전화를 걸어 파업여부를 확인하자 당사자인 서울버스지부는 『「분회장 비상회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고 응답. 이에 따라 기자들이 한국노총에 파업여부를 재확인하자 한국노총은 그제서야 서울버스지부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한 뒤 『전국 6대도시 버스지부의 파업참여결정발표를 취소한다』고 발표하는 등 갈팡질팡. 서울버스지부는 결국 이날 오후 3시경 총파업참여를 당분간 유보한다고 발표. ○…「28일 오전 4시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서울지하철노조측은 27일 오후 『회사측이 조합원들에게 파업에 참가할 경우 징계를 내리겠다고 단속을 하고 있어 일부 동요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 이 노조관계자는 『그러나 전반적으로 조합원들의 결의수준이 상당히 높아 단체행동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서울지하철공사측은 이날 강남 사당동 본사에서 역장 등이 참석하는 비상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공사측은 파업이 발생할 경우 전체 기관사의 40%수준인 4백31명의 비노조원 간부기관사와 파업불참기관사 등을 투입,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운행을 할 예정. 〈韓正珍·申致泳기자〉 ○…부산시와 부산교통공단은 노조가 29일 오전4시부터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28일 오전 시청회의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 공단과 시 관계자는 하루 60여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비상인원을 투입하거나 예비시내버스를 투입하고 택시부제를 해제하면 시민들의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 ○…현총련은 27일 오후2시부터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원 등 1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이틀째 집회를 개최.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노조는 오전8시부터 투쟁토론회를 가진 뒤 오전10시30분부터는 한시간동안 회사 본관앞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체집회를 개최하고 태화강 둔치로 출발. 현대중공업노조도 오전8시 사업부별로 집회를 가진 뒤 오전9시30분부터는 사내 시계탑사거리에서 전체집회를 개최. 집회를 마친 노조원중 2천여명은 오토바이를 정문에서 총무부건물앞까지 70여m(너비 20여m)에 걸쳐 빽빽하게 세워두고 점심식사를 한 뒤 경적을 울리며 태화강으로 출발. ○…현대중공업 노조원 2백여명은 이날 오전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순회하며 작업자들에게 파업동참을 호소하는 등 작업을 방해. 회사측은 이들 「작업방해자」가 노조내 강경세력인 「전노회」(전진노동자회)소속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고발방안을 마련할 예정. 회사측은 『연말성과급은 단체협상에 명시돼 있는 사안이지만 노조가 불법파업을 하여 연말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회사측이 판단할 경우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연말성과급(통상급의 200%)을 조업근로자와 파업참가자에게 차등지급할 것도 검토. 〈부산·울산·광주·포항〓鄭在洛·趙鏞輝·金鎭九·鄭勝豪기자〉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이날 오전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파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朴炳載(박병재)사장 명의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조업복귀를 촉구. 회사는 유인물에서 「노사 당사자간의 문제가 아닌 국가정책차원에서 이루어진 노동법 개정문제로 삶의 터전인 우리 사업장이 불법파업으로 혼란에 빠져들고 있어 유감」이라며 자제를 당부. ○…울산시가지 곳곳에는 27일부터 전경이 배치되는 등 점점 긴장이 고조. 경찰은 이날 전경 9개 중대 1천2백여명을 동원, 현총련 집회가 열리는 태화강 둔치 주변(5개중대)과 신한국당 울산지방노동사무소(2개중대) 신한국당 울산중구(위원장 金泰鎬·김태호의원·1개중대) 남구지구당(〃車秀明·차수명의원·1개중대) 사무실 주변에 배치. ○…현대자동차는 파업이 계속되자 28일 있을 울산 중 남구에서 동구를 잇는 염포해안도로(길이 4.6㎞ 너비30m)개통식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 이날 오전 11시50분 울산시 중구 명촌동에서 있을 개통식에는 현대자동차 鄭夢奎(정몽규)회장 鄭夢準(정몽준)의원 박병재사장 등 그룹관계자와 沈完求(심완구)울산시장등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회사측은 노조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 세우는 모습. 3백36억원을 들여 이 도로를 개설하고 개통과 동시에 울산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인 회사측은 『울산시민의 숙원사업이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도 이 행사만은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 ○…파업 이틀째를 맞은 광주 아시아자동차는 이날 오전 주 야간 근무 노조원 5천여명이 출근해 작업장별로 분임토의를 벌이면서 무기한 파업에 대비한 집행부의 지침을 시달받는등 긴장된 분위기. 노조는 26일 회사측이 파업을 계속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적용하고 매출손실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전달하자 『국회 노동법 날치기통과 이전에 파업찬반투표를 벌였기 때문에 회사측 압력은 설득력이 없다』며 반발. ○…포항 철강공단내 2백여 입주 업체 가운데 강원산업 등 민주노총 계열의 7개사가 26일 총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한국노총 산하 40여개사도 27일 오후부터 파업에 돌입. 국내 철근생산의 20%를 점하는 강원산업 관계자는 『경기불황때문에 철강공단내 대다수 업체들이 보름 정도의 출하량을 재고로 확보한 상태여서 당장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철강재 수급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 한편 원료와 최종 소비재까지 일관 생산하는 포항제철은 사실상 노조가 와해된 상태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이번 사태와 상관없이 정상 조업에 참여. ○…민노총 계열 강성노조로 분류된 울산석유화학공단내 태광산업 노조(위원장 정기열·36·노조원 2천4백여명)가 대의원대회에서의 「27일 오후 파업돌입」 결정을 위원장 직권으로 번복, 파업유보를 결정해 주목. 정위원장은 △현재의 대정부투쟁이 장기간이어서 기약이 없고 △태광산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닌 장치산업으로 공장 재가동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되며 △화학섬유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한해 두번이나 총파업을 벌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파업유보 배경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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