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프런티어/만능컴 애물컴]컴퓨터도 병난다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金鍾來기자」 「컴퓨터도 종종 사람을 배신한다」. 다들 쉽다고 하는 컴퓨터. 이책 저책 컴퓨터입문서를 보다가 굳은 결심으로 컴맹 탈출을 선언한 L씨. 「윈도95」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보기로 했다. 그림명령어 방식(GUI)인 윈도95는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 그러나 실제 작업에 들어가고 나서 L씨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럴 수가…』 윈도95가 설치되자마자 그간 잘 쓰던 모뎀과 사운드카드가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L씨는 순간 아찔했다. 윈도95 스스로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자동으로 인식한다는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만 믿고 프로그램을 깐 것인데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며칠간 이것저것 만지고 골머리를 앓으며 PC와 씨름했지만 컴퓨터가 아예 고장나 AS전문가를 불러야 했다. 박사과정에 있는 M씨는 지난해 졸업 논문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진다. 그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를 활용해 논문을 작성했다. 손으로 쓰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했다. 출판비도 대폭 절약한다는 생각에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논문을 거의 마무리할 무렵 잘 쓰던 컴퓨터가 별안간 먹통이 되고 말았다. 책을 찾아보고 컴퓨터도사 친구를 불러 최신 유틸리티 소프트웨어로 응급조치를 해 봤지만 이미 허사였다. 알고보니 하드디스크에 「불량섹터」(하드디스크가 물리적으로 고장난 영역)가 발생한 것으로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했다. 기억을 더듬어 겨우 논문을 끝낸 그는 똑똑한 컴퓨터도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배웠다. 컴퓨터를 많이 쓰다보면 사람들은 컴퓨터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때때로 작동을 멈추거나 데이터가 손상되고 프로그램이나 하드웨어끼리 서로 충돌하는 사고를 경험하곤 한다. PC속에서 벌어지는 「컴퓨터 내부 트러블」은 컴퓨터 잡지마다 앞다퉈 해결책을 소개하고 있을 만큼 그 시행착오는 끝이 없을 만큼 많다. 미국의 예이지만 컴퓨터가 계산을 잘못해 회사가 부도가 난 예도 있다. 스필버그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한 수학자가 첨단 과학에 대해 늘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다』 컴퓨터가 하는 일에도 예기치 못한 실수가 언제든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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