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사형수서「법사」변신 양동수씨『책으로 참회』

  • 입력 1996년 12월 23일 07시 42분


「부산〓趙鏞輝기자」 『어머니, 당신의 영전에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 사형선고를 받고 21년간 감옥생활을 하다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한 재판부의 선처에 의해 지난 2월 가석방된 梁東秀(양동수·46)씨가 「어머니의 등불을 가슴에 걸고」란 참회록을 출간했다. 그는 22일 낮 여느 일요일과 마찬가지로 부산 서구 대청공원에서 1백여명의 노인에게 점심을 대접(본보 8일자 25면보도)하며 출판기념회 대신 간단한 법회를 열었다. 『남을 도우며 살라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여기 계신 어른들을 부모로 여기며 못다한 효도를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냈습니다』 16년동안 옥바라지를 한 노모로 인해 교도소에서 「법사」자격증을 딴 그는 이날 참회록을 통해 어머니의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 듯 노인들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75년 살인죄를 저질러 대구교도소에서 사형수로 감옥생활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교도소 옆에 방을 얻어놓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면회를 한 노모와 朴三中(박삼중)스님의 노력으로 78년 무기수로 감형됐다. 그러나 지난 2월 출소한 아들도 못본 채 어머니 金相順(김상순)씨는 『내몸을 까막까치 밥으로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92년 87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출소후 그는 살아온 인생역정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수익금으로 어머니에게 못다한 효도를 사회봉사활동으로 승화시키자는 꿈을 안고.『이 책은 어머니에게 바치는 책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에게 바치는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한겨울 야외에서 노인들에게 「참회의 떡」을 나줘주는 그의 눈시울에 이슬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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