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불법선거자금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대만 심지어 한국인 기업으로부터도 불법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이 스캔들은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 때 불거졌었다. 클린턴후보측은 이런 공화당의 공격에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무난히 대선에서 승리했다. 국민들의 심판을 받은 셈이 된다. 그러나 불법의혹은 선거가 끝났다고 그냥 넘기지 않는 곳이 미국사회다
▼클린턴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시절 부동산과 관련된 비리설로 지난 4월 증언을 하기도 했다. 4년동안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닌 이 화이트 워터스캔들은 결국 그의 입을 열게 했다. 비록 백악관에 앉아 비디오로 녹화한 증언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현직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법 밖에 설 수 없다는 한 실례다. 이번 불법선거자금 스캔들도 선거결과와는 상관없이 클린턴대통령의 발목을 점차 강하게 죄고 있다
▼미 법무부는 20일 백악관에 선거자금 모금자와 기부자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제출토록 소환장을 보냈다. 20여명의 백악관방문기록과 편지 전화통화내용 등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 조사하자는 주장이나 법무부는 아직 그정도 단계에까지 오지 못했다며 자체조사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가재는 게편」이라 해도 지금 사정으로는 법무부의 「백악관 조사」가 간단한 형식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물론 이 불법선거자금 스캔들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교묘히 연루되어 있어 쉽게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결코 문제를 덮어두지 않는다. 지금 미국언론들은 클린턴대통령부부가 정치헌금 모금을 위해 백악관을 하루 숙박료 수십만달러의 호텔로 이용했다는 등 새로운 폭로를 하고 있다. 여론에 밀려 권력의 뒷골목은 결국 환히 드러나게 된다. 그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