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내릴곳 지나친 어린이,버스기사 친절에 흐뭇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6분


지난 주 강원도 진부령을 출발, 원통방면으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군인인 나는 마침 다른 부대에 용무가 있어 그 버스를 탔다. 한낮의 시골버스라 승객도 많지 않아 모두 자리에 앉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적막을 깨고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어린이가 운전기사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 저 저기서 내려야 하는데요』하면서 버스가 이미 지나온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기사는 난처한 표정이었고 승객들은 기사의 반응을 보려는 듯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이미 버스는 어린이가 혼자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리 지나쳐 버렸고 마침 가랑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버스는 계속 달렸고 사람들은 기사와 어린이를 안타깝게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3분 정도를 더 달렸을까, 버스는 길 옆 공터에 멈춰섰다. 이어서 정말 흐뭇한 광경이 펼쳐졌다. 기사는 여자 어린이와 함께 내려 손을 잡고 길을 건넜다. 그리고는 마침 지나가는 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몇마디 건네더니 어린이를 태웠다. 가랑비 속에서 펼쳐지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김 형 찬(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사서함 100의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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