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주부들]송영애…약수터 춤선생,할머니에 에어로빅지도

  • 입력 1996년 12월 2일 19시 59분


「尹景恩기자」 소나무로 둘러싸인 서울 남산의 용암천약수터에는 매일 아침 7시만 되면 어김없이 쿵쾅쿵쾅 흥겨운 음악이 울린다. 음악에 맞춰 팔을 쭉쭉 뻗고 한바퀴 빙 돌았다 손뼉도 한번씩 쳐가며 에어로빅에 열중인 할머니들은 모두 20여명. 맨 앞에서 가볍게 몸을 놀리며 「하나둘 하나둘」 구령을 넣는 송영애씨(48·서울 용산동2가)의 목소리가 언제나처럼 힘차다. 벌써 14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돼온 풍경. 송씨가 가르쳐주는 에어로빅이 재미있어 새벽 약수터길을 부지런히 오르던 40대의 주부들이 어느덧 예순 전후의 할머니가 됐다. 『젊은 사람들은 꾸준하지를 못해요. 저더러 처녀같은 몸매라며 부러워 하면서도 아침에 깨워놓아도 도로 자고 몇 달 나오다가도 그만두기 일쑤죠』 매일같이 숲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한 덕인지 할머니들은 나이에 비해 한결 젊어보인다. 송씨가 「할머니」 대신 고집하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에어로빅을 시작한 뒤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멋지게 꾸미고 다니니 좋아보인다고 주위에서 한마디씩 한다』고 할머니들은 입을 모은다. 위장병과 신장병으로 골골거리던 송씨가 에어로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주위의 권유로 찾은 약수터에서 무용과 여대생을 우연히 만난 뒤. 동네 주부들을 깨워 함께 약수터에 가 여대생에게 3개월동안 에어로빅과 고전무용을 배웠다. 여대생이 갑자기 그만둔 뒤에는 늘 맨 앞에서 열심히 따라하고 제일 잘 한다고 칭찬을 받던 송씨가 앞에 나서 주부들을 가르치게 됐다. 「아 대한민국」 「양산도」 「경복궁타령」부터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까지 송씨는 열댓개의 음악에 맞춰 직접 만들어낸 에어로빅을 다양하게 연출한다. 처음에는 중학생 딸을 붙들고 국민체조부터 배워 그대로 따라하다 궁리 끝에 소고 부채 수건을 들고 하는 에어로빅까지 만들어냈다. 『몸이 찌뿌드드해 가기 싫은 날에도 저를 기다리는 아줌마들을 떠올리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돼요. 팔에 깁스를 했을 때도 한 팔로 에어로빅을 했다니까요』 송씨는 1년에 서너번 몸이 안 좋을 때를 빼놓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약수터에 올라 에어로빅을 가르친다. 30분 정도 에어로빅을 하고난 뒤에는 배드민턴도 치고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은 할머니들에게 수지침도 놔준다. 각자 한줌씩 싸온 과자나 사탕 귤 등을 나눠먹는 것도 또다른 재미. 『내년 봄엔 아줌마들에게 장구를 가르칠 거예요. 이미 소고를 배워 「덩덩덕쿵따」 장단에 익숙하니까 다들 쉽게 배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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