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축협 내세워 건강식품 선전…얄팍상혼

  • 입력 1996년 11월 14일 20시 29분


낮시간 아파트에는 각종 업체에서 제품선전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며칠전 축협에서 우리 농산물 선전을 나왔다고 했다. 계란 한 판을 무료로 주고 있으니 받아가라는 방송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30∼40명의 주부들이 아파트 공터에 설치된 텐트에 모여들었다. 5,6명의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5백g짜리 꽃소금 한봉지를 나누어 주고는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진지하게 얘기했다. 그러나 끝날 듯 끝날 듯하던 얘기는 지루하게 시간을 끌더니 결국 흑염소로 만든 경옥고라는 제품을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중에서 20만원하는 것을 15만원에 준다며 구매를 권유했으나 공짜 계란만 기대하고 나온 주부들이라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바람잡이 노릇을 하던 축협직원 복장을 한 여자가 앞에 내놓았던 계란 상자를 슬그머니 어디론가 치우더니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계란 두알씩을 주었다. 이게 한 판이냐고 항의하자 『협조도 안해주면서 무슨 불평이냐』는 대답이었다. 공짜를 기대했던 심리가 창피해 씁쓸한 기분으로 그 자리를 떠났지만 배신감이 들었다. 그들이 진짜 축협에서 나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사칭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농락당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주 현 진(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미성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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