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현세태 부모세대의 잣대로 재면 슬퍼져

입력 1996-11-12 20:05수정 2009-09-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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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가 있었다. 대발이라는 아들의 이름으로 더 알려졌던 이 드라마에서는 가부장적이고 독단적인 대발이 아버지와 남편에게 항상 주눅이 들어 사는 대발이 어머니가 전형적인 구세대 한국부부의 모습으로 부각됐다. 이러한 부모밑에서 자란 대발이가 결혼을 해 자상하고 사려깊은 남편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현실에서의 대발이 부부를 보자. 대발이 아내는 오늘 남편에게서 시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한다. 옆집에서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LDP)를 새로 장만했는데 영화를 보기에도 좋고 아이들 시청각교육에도 매우 좋다고 한다. 남편에게 LDP를 사자고 말을 꺼내 보았으나 대발이는 오히려 아내와 동네 여편네들의 허영기를 나무라며 자녀를 너무 풍요롭게 키우면 안된다고 훈계까지 덧붙인다. 대발이는 그럼에도 자신은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아버지의 고집에 어머니는 흑백TV에 만족하며 살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그런 아버지에 비하면 자신은 참으로 좋은 남편인 것이다. 복에 겨워 자꾸 욕심을 부리는 아내에게 때로는 제동을 걸 필요도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아버지를 기준으로 자신의 남편됨을 평가하고 어머니를 기준으로 배우자의 아내됨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이다. 사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은 남자는 없다. 그러나 「좋은」 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일 때 그들의 부부관계는 부모세대 결혼생활의 틀안에서 쳇바퀴를 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모세대의 좋은 점은 본받더라도 가능한 한 다양한 부부관계에 대해 배우면서 부부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최 혜 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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