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盧씨비자금 단서 제공 하종욱씨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7분


「朴賢眞기자」 『1년이 지난 요즘에도 제가 구속된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사업은 더이상 재기가 힘든 상태로 곤두박질쳤고요』 정확하게 1년 13일전 박계동전의원에게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계좌를 제보해 역사적인 전직대통령 비리재판의 물꼬를 튼 하종욱씨(43·우일종합물류 대표). 그에게 지난 1년은 그때까지 살아온 날들보다 더 길고도 지난했다. 비자금 사건전에 3개층을 쓰던 사무실을 지난 28일 반층으로 줄였고 25명이 넘던 직원도 6명으로 단출해졌다. 거래처의 계약도 파기된 것이 20여건이 넘는다. 『새해가 시작되면 비자금태풍의 상처가 아물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래갔어요. 세무조사가 나온다, 곧 구속된다는 온갖 소문 때문에 거래처에서 잇달아 거래를 끊었고 그래서 직원들도 떠나갔죠』 그가 지난해 10월 보성고 선배인 박전의원에게 1백28억원이 든 노대통령의 비자금계좌를 제보한 것은 종합금융소득세 때문. 그 돈은 93년1월 자신의 동의아래 부친통장에 차명입금됐다. 95년초 은행간부로부터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서 보내온 돈이다. 「웃분」것이니 그렇게만 알아달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웃분」이 누군지 감을 잡았다. 얼마후 『96년에 종합금융소득세가 시행되니 돈을 빼달라』고 여러번 요청했으나 은행측의 반응이 없자 박계동의원에게 귀띔한 것. 비자금사건이 터진 뒤 그는 검찰에서 30시간을 조사받고 지난 1월 기소유예판결을 받았다. 출국금지도 함께 풀렸다. 『외국에서는 제보자에게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사업 실패와 「고자질쟁이」라는 뒷말밖에 남지 않았어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된 박전의원의 낙선도 그로서는 충격이었다. 비록 정치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런 큰 일을 한 사람을 떨어뜨리는게 도저히 상상이 안갔단다. 『박의원이나 저나 우리의 정치현실을 절감했어요』 박전의원은 지난달 19일 비자금사건 1주년을 맞아 미국유학중 잠시 귀국했다. 머무는 1주일동안 함께 다녔는데 박전의원은 미안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 『그때 평생 빚진 기분으로 정치하라고 당부했죠』 그는 전,노씨재판은 가급적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솔직히 처음에는 인간적으로 그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죠.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밝혀졌을 겁니다. 시대의 흐름이었으니까요』 그는 요즘 일할 의욕을 찾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그의 유일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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